아침에 감자 조림을 만들었어요.
새로운 반찬이 있으면 아이들이 밥을 조금이라도 더 먹을까 싶어서 .......
감자 조림은 아주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반찬 입니다.
감자 껍질을 깐 후 반으로 잘라 얇게 썰어서
가스 불을 제일 세게 한 후 냄비가 뜨겁게 달구어 지면
식용유를 두루고 감자를 볶다가
물을 조금 부어요.
감자가 자작 자작 잠길 정도로....
그 후 조림 간장을 적당히 넣고 요리당을 넣은 후
불을 제일 약하게 줄이고 감자가 익을때까지 내버려 두는 겁니다.
양파가 있으면 함께 넣어도 되고 ...
감자가 다 익어 갈 즈음에 풋고추를 썰어 넣고
젓가락으로 쩔러서 감자가 푹~ 들어 가면
요리 끝~~~~~
그릇에 담아 내면 됩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식탁에 차려 둔 감자 조림은 먹지 않고
계란 찜에 밥을 비벼 먹고 가버렸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감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감자 조림을 한 이유는 한 동안 식탁에 올리지 않았던 반찬이라 오랜만에 하면
먹지 않을까하는 마음도 있었고
최근에 본 영화에 등장한 반찬이기도 해서
한 번 해 본건데....
반응이 별로 였어요.
동경 어느 구석 작은 방에 세들어 사는 요꼬
대만을 자주 들락 거리는데 ........
사귀는 남자가 있기 때문 이랍니다
우산 공장을 경영하는 집안 남자라서
간혹 우산을 부모님께 선물로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임신을 했습니다.
아이는 낳아 기를 수 있지만
결혼을 할 자신은 없다고 하는 군요.
남자쪽 집안 식구들은 우산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산을 잘 만들 자신도 없고
무엇보다 그 남자가 대단한 마마보이 랍니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
저녁을 준비하는 엄마에게
반찬이 뭐냐고 묻는 요꼬
가자미....라고 하자
감자 조림이 먹고 싶다고 합니다.
가자미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
저녁을 차려놓고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아빠가 방에 가봤더니 그 사이에 잠이 들었다네요.
식구라고는 달랑 셋인데 식탁에 앉아 함께 먹으면 좋으련만....
야밤에 혼자 일어나 덜그럭 덜그럭 밥을 찾다가 잠든 엄마를 깨우고.........
결국 엄마가 차려주는 밥 상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길 하다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엄마는 자신의 품을 떠나 동경에서 홀로 생활하며
경제적인 독립을 한 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엄마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요꼬....
요꼬의 오랜 친구인 하지메
그는 고서점 주인 입니다.
가족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 개 한마리를 데리고 사는듯 합니다.
서점에 오는 손님도 별로 없고.... 시간이 나면 전철 주변 소리들을 녹음하러 다닙니다.
요꼬가 듣고 싶어하는 음악 시디를 대신 구매해 주기도하고
다큐 작가인 요꼬가 관심을 가지는 부분에
기꺼이 참여하고 도움을 주려 합니다.
그런 하지메에게 요꼬는
대만에서 산 회중 시계를 선물로 주기도 합니다.
너무 마음에 드는 바싸 보이는 선물을 받은 하지메는 차리리 돈을 주고 사려고 합니다.
요꼬도 자신이 부탁한 물건에 돈을 치르는 걸 보니
둘은 고가의 선물을 주고 받는 그런 사이는 아닌것 같습니다.
아니면 요즘 젊은이들은 서로 부담을 주는 선물은 주고 받지 않는 건지....
요꼬의 부모님께서 볼 일이 있어서 동경에 오셨 습니다.
어떻게 살고 있나 궁금해서 딸이 사는 곳에 들렀습니다.
콧구멍만 한 원롬
선풍기를 틀어도 시원치 않고
냉장고엔 변변한 음료수도 없고 ........
자신의 집을 처음으로 찾는 부모님께
드릴 건 냉수 밖에 없는 딸
엄마는 요꼬가 먹고 싶어했던 감자조림을 해 왔는데.....
낯설기만 한 살림이라 젓가락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요꼬 엄마가 감자 조림을 어떻게 만든건지... 정말 맛있게 먹더군요.
영화를 보는데 군침이 .....
요꼬는 자기가 하면 이런 맛이 나지 않는다면서
정말 맛있게 먹더군요.
옆에서 보던 아빠도 딸이 먹는 걸 보더니 시장기가 도는지
엄마에게 한 그릇 퍼달라고 그러시더군요. (감자탕 혹은 닭도리탕 같은 느낌)
정작 자신은 먹지 않고 딸에게 자꾸 덜어 줍니다.
술 한잔 생각이 났는데
딸의 빈약하고 옹색한 살림엔 술도 없고 술잔도 없습니다.
옆집에 간 요꼬와 엄마 선물 상자를 드리고 인사를 한 후
요꼬가 남은 술이 있으면 좀 달라고 하더군요.
엄마는 민망해서 어쩔줄 모르고
옆집 아줌마가 술을 주겠다고 하자
그럼 잔도 빌려 달라고 하더군요.
엄마는 그런 딸이 낯설기만 합니다.
자꾸만 자꾸만 부끄럽다고 하더군요.
배달 시킨 초밥 값도 엄마가 치르게 하고
부모님은 내내 딸 눈치만 살피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꺼내지 못하는데....
요꼬는 아는 건지 모르는척 하는 건지.......
가족이 남처럼 낯설게 느껴질때가 있죠....
엄마가 왜 저럴까....
내 딸이 왜 저렇게 변했지....
가족도 자주 만나지 않고 이야기 나누지 않고
오랜 세월 떨어져 지내게되면
낯선 사람들 처럼 되고 마는지...
결혼 하지 않은 딸이 아이를 가졌다고 해도
충고도 할 수 없고
간섭도 할 수 없고
도움도 줄 수 없고
그저 딸이 좋아하는 감자조림이나 해 줄 수 밖에 없는
그런 사이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
카페 뤼미에르
중학교 들어 간 이후로 한 집에 사는 딸과 보내는 시간이 점 점 줄어 듭니다.
아침 8시 10분에 학교로 가면
밤 12시 20분 쯤 학원에서 돌아 오는 딸
그러면 씻고 잠자기 바빠요.
딸 얼굴 보는 시간은 하루에 한 시간도 되지 않을때가 일주일에 5일 정도...
만약 기숙사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된다면
딸과의 이별이 시작 되겠죠.
그래서 가능하면 집에서 다닐 수 있는 학교로 보내려고 하는데
가끔 아빠와 투닥거리고 동생과 싸우고나면
" 나~ 기숙사 있는 고등학교에 갈꺼야~."그러더군요.
집과 식구들이 점 점 지겨워 지는 건지.....
대학에 가고 직장을 잡고
어느날 독립을 선언 하고
요꼬의 엄마처럼 딸이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만들어
배달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케페 뤼미에르
참 씁쓸한 영화였어요.
딸과 함께 봤는데요.
"이 영화 정말 잊지 못할 거야....."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인상 깊었나 했더니
돈 내고 영화관에서 영화 보다 처음으로 잠든 영화였다고 하더군요
이 영화 보신 분이 충고 하시길
졸릴지 모르니까 커피 한잔 들고 들어 가라고 했는데.....
좀 졸리긴 하더군요.
요꼬 엄마의 감자 조림처럼
식구들에게 추억이 될 수 있는 나만의 메뉴를 만들어
자주 자주 식구들에게 먹여야지...
카페 뤼미에르에서 커피는 맛도 못 보고
감자 조림 만 맛 본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