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호오

[스크랩] 알고도 속아주기

malmiama 2005. 12. 26. 07:56

몇 년 전 부터  크리스마스가 다가 오면 연례 행사처럼 보는 영화가 있습니다.

 비디오 테잎의 상태가 점 점 나빠져 지직 지직 비가 내리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지만

올해도 빼 놓지 않고 봤습니다.

 

캐롤송도 들리지 않고

크리스마스트리도 없고

담배 연기만 매케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사람들만 잔뜩 나오지만

해마다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중독 된 사람처럼 이 영화를 보게 됩니다.

 

올해는 더욱 더 이 영화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알면서 속아주는 사람들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 시즌 만이라도

사람들이  좀 어리숙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산타가 없는지 다 알면서

산타 할아버지께 편지를 쓰는 아이들

산타 할아버지께 쓴게 아니라

부모님께 쓴거라는 거 다 알면서

 편지에 써 있는 물건을 사서

산타 할아버지인척 머리 맡에 놓는 천사같은 사람들이 많이 많이 늘어 나는

크리스마스때 처럼

다~ 알면서도 속아넘어 가는 그런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폴 오스터

 

 

작가 폴 입니다.

그는 네덜란드제 시가를 좋아 합니다.

 그가 사는 동네에서 그 시가를 파는 곳은 딱 한군데 밖에 없어서 11년째

브루클린 다운타운에 있는 코트 사거리의 시가 가게를 드나 들고 있습니다.

 

 

가게 주인은 개구쟁이처럼 생겼고 재치있는 말을 잘하는데

찾아오는 단골 손님과 수다를 떨거나

 몰래 물건을 훔치는 청소년들과의 실랑이로 시간을 보내는

쫌 수상쩍게 생긴 사람입니다.

오랫동안 별 관심없이 지냈는데...

어느날 그가 가게에 있는 잡지에 실린 서평을 읽다가

서평과 함께 실린 작가의 사진을 보게 됩니다.

그 후  폴은 그에게 특별한 손님이 되어 버렸습니다.

보통사람은 책이라든가 작가에 관심을 갖지 않는데

자신을 예술가라고 생각한 가게 주인이

단골 손님= 폴  = 작가 라는  비밀을 알아 버린 이상

그에게 둘도 없는 동지요, 속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요, 전우가 되어야 했던 것입니다.

 

스모크

 

어느날 그는  자신의 사진을 봐달라고 요청 했습니다.

 매일 똑같은 시간인 아침 7시 ,5분정도, 같은 장소, 같은 앵글로 딱 한장

사진찍기를  12년 동안 해왔다고 말하며

날짜만 다른 사진 4천여장을 보여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엄청난 분량의 어이없는 사진들을 대충 대충

감상하는 척하기만 했습니다.

천천히 보라는 그의 말을 듣고 나서야

똑 같은 사진이 한 장도 없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배경에 들어 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세상의 한 모퉁이에 자신을 심고 자신이 선택한 자신만의 공간을 지킴으로

그 모퉁이를 자기 만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는 시가 가게 주인

오기 렌과 진정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 둔 어느날  [뉴욕타임스]에 있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서

크리스마스 아침에 실릴 단편하나를 써 달라는 부탁을 해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이야기]라는 그 단어가 즐겁지 않은 연상 작용을 일으켰고

위선적이인 값싼 감상과 입에 발린 달콤한 말의 홍수를 떠올리게 해서 심히 불쾌했습니다.

거절하려 했지만 끈질기게 부탁하는 바람에

결국 감상적이지 않은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의뢰를 받고 단편을 써 본적은 한 번도 없는데~~

크리스마스 이야기라는게 소원 성취하는 이야기나 어른들의 동화 같은 것일텐데....

그런 글이나 쓰고 있다니!!!!!

 

쓸거리가 생각나지 않아 고민하던 그는

시가가 떨어진걸 알고 시가 가게에 들렀 습니다.

별 생각없이 오기에게 고민을 털어 놓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이야기라고?

 그게 문제야?

 이봐 친구, 점심 사면 자네가 들어 본 적이 없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해 줄게.

게다가 이건 몽땅 실화라는 걸 보장 하지~]

 

시가 가게를 나와 한 블럭 걸어 식당에 가서 음식을 시킨 후

 

오기 렌은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시작 합니다.

 

1972년 여름이었어.

어느날 한 꼬마녀석이 가게에 들어와서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어

셔츠 밑으로 잡지들을 쑤셔넣고 있었지.

그 애가 하는 짓을 눈치채고 소리를 질렀더니

산토끼처럼 달아났지.

그 애는 도망가면서 길거리에 뭔가를 떨어뜨렸는데 뭔가 봤더니 지갑이었어

돈은 하나도 없었지만 스냅 사진 서너장하고 운전 면허증이 들어 있었지

경찰에 신고할까하다 그러기엔 좀 미안했어.

지갑안에 든 사진을 보고는 더욱 더 그애에게 화를 못내겠더군.

로저 굿윈,그게 그 아이의 이름이야

사진 하나는 엄마옆에 서 있는 그 애를 찍은거였고

다른 한장은 학교에서 탄 트로피를 들고 경마에서 돈을 딴 사람처럼 웃고 있었지

난 가슴이 아팠지.

결국 가진것이 없어서 도색잡지에나 눈독을 들이는 브루클린 출신의 불쌍한 꼬마 아닌가?...

그래서 그 지갑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었어.

 

스모크

 

그러다가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는데

난 아무 할 일도 없었어.

그날 아침, 난 내 아파트에 앉아 있었지.

내 자신이 좀 처량하다는 생각이 들더군.

그러다가 부엌 선반위에 있던 로저 굿윈의 지갑이 눈에 띄였지.

갑자기<제기랄, 한 번 쯤 좀 그럴듯한 짓을 해야 되는거 아냐?>하는

생각이 들어서, 코트를 입고 지갑을 돌려주러 나섰어...,

 

그날은 무척 추웠고, 몇 번 헤맨 끝에 집을 찾아 냈던게 기억 나

동네는 다 거기가 거기 같더라고,

그래서 같은 장소를 몇 번이나 뺑뺑 돌았어.

하여튼 결국 집을 찾았고, 초인종을 눌렀지....,

대답이 없었어.

아무도 없나 보다~포기하고 돌아서려는데.

누군가가 문으로 오는 발자국 소리가 났어.

<누구세요?>하는 늙은 여자 목소리가 들리더군,

로저 굿윈을 찾는다고 말했지.

그 늙은 여자는< 로저, 너구나?>라고 말했어.

그러고 나서15개쯤되는 자물쇠의 풀리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어.......,

여든은 넘어 보였어, 아마 아흔 살쯤 됐을 거야.

제일 먼저 눈에 뛴건 그녀가 앞을 못본다는 거였지.

<네가 올 줄 알았다, 로저>라고 말했어.

<크리스마스 날에는 이 할미를 잊지 않고 찾아 올거라는 것을 난 알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녀는 나를 안으려는 듯이 팔을 벌렸어.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었지.

뭔가를 빨리 말해야했어.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 나왔어.

<맞아요, 할머니, 크리스마스 날에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제가 왔어요>

왜 그랬냐고 묻지 마

나도 모르니까

그냥 그렇게 돼버렸어

 

게다가 이 노인네가 문 앞에서 나를 껴안았고

 나도 할머니를 마주 껴안았어.

그건 우리둘이 합의한 놀이 같은 거였지.

규칙 같은 건 정할 필요도 없었어.

내 말은 그 노인네도 내가 손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는거야.

그 노인네는 늙고 허약했지만,

처음보는 사람과 자신의 혈육을 구분 못할 정도로

맛이 간 건 아니었거든,

그래도 그런척 하는게 그녀를 행복하게 했고,

나도 더 이상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없었어.

그러니까 나도 그녀와 그렇게 하는 게 행복했었다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아파트로 들어가서 그날을 함께 보냈지.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할머니가 물어볼때마다 난 거짓말을 해야 했어.

시가 가게에서 자리를 구했고, 곧 결혼 할거고.......,

이런 식으로 수도없이 예쁜 이야기를 만들어 서 얘기해 드렸어.

그리고 할머니는 그 이야기를 모두 믿는척 했고,

<잘 했구나, 로저>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었지.

난 네가 뭐든 잘 할 거라는걸 알고 있었어........,

 

조금 있으니까 배가 고파지더군.

집안에 먹을게 별로 없어 보였어.

그래서 동네 가게로 가서 먹을것을 잔뜩 사가지고 돌아왔지.

닭 요리, 야채 스프, 감자 샐러드 한 바가지, 죄다 사왔어.

할머니는 침실에 와인 몇 병을 숨겨 놨더라고,

그래서 우린 정말 근사한 크리스카스 저녁을 같이 즐겼어........,

 

우린 둘다 와인을 마시고 좀 취했어.

그래서 저녁을 먹고 난 후 거실로 가서 앉았지...

 

오줌이 마려워서 복도 끝에 있는 화장실로 갔지.

거기에 카메라가 예닐곱대가 있는게 보였어.

35밀리 카메라들인데, 아주 신품이었어, 포장도 안 뜯었더군.

이건 진짜 로저의 물건이라는 걸 알 수 있었지.

훔쳐 온 물건들을 쌓아두는 곳이었던거야.

난 평생 사진을 찍어 본적이 없었거든,

그리고 물건을 훔쳐 본 적도 없고.

 하지만 화장실에서 그 카메라를 보는 그 순간, 이걸 하나 가져야겠다고 결심했어,

그냥 그랬어.

그래서 앞 뒤 생각도 없이,

그 중에 한 상자를 내 팔 밑에끼고 거실로 돌아 왔지........,

 

내가 다녀온게 3분도 안 걸렸는데 그 사이 할머니는 잠들어 있었어.

포도주를 너무 마셔서 그랬나 봐.

부엌에 가서 설거지를 했지,

설거지 소리가 시끄러웠는데도 할머니는 잠에서 깨어 나지않고 코를 골며

자고 있었지.

그녀를 귀찮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어.

할머니는 앞을 못보니까 메모를 남길 필요도 없었지.

그래서 난 그냥 나왔어.

할머니 손자의 지갑을 테이블에 놓고 카메라를 다시 들고 아파트를 걸어 나왔어.

그게 이 이야기의 끝이야

 

할머니를 다시 만나러 간 적이 있나?

 

한 번, 서 너달 후에

카메라를 훔친게 마음에 너무 마음에 걸려서.

그때까지 쓰지도 않았거든

그래서 돌려 주기로 마음 억었어.

하지만 할머니는 이미 거기에 살고 있지 않았어.

다른 사람들이 아파트에 새로 이사왔고,

이사온 사람도 할머니가 어디에 사는지 모른다고 했어.

 

아마 돌아 가셨겠지...

 

그래 아마도...

 

결국 할머니는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자네와 함께 지냈군.

 

그말 듣고 보니까 그렇구먼.

 

착한 일을 했군, 오기. 할머니 한테는 정말 좋은 일을 했군.

 

난 할머니한테 거짓말을 했고, 도둑질을 했어. 그게 무슨 좋은 일이야?

 

할머니를 행복하게 해줬잖아,.

그리고 카메라는 어차피 훔친 물건이야.

자네가 주인한테서 훔친것도 아니잖아.

 

이제 자넨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하나 건졌어, 그렇지?

 

그래 그런 거 같아.

 

스모크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오기의 얼굴을 살폈다.

그의 얼굴 가득 심술궂은 미소가 퍼져 나갔다.

확실한건 아니었지만, 그 순간 그의 눈빛이 아주 알쏭달쏭하고

얼굴은 내적인 환희로 가득 차 보였다.

그래서 갑자기 그가 모든 이야기를 꾸며 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 놀린게 아니냐고 물어 보고 싶었지만,

설사 그렇다고 할 리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내가 그의 잔꾀에 넘어 갔다는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한 사람이라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 이야기는 사실이 아닐 리 없다.

 

 

허튼 소리도 재주야 , 오기, 좋은 이야기를 만들려면 어디를 눌러야 되는지 알아야 해.

그런면에서 자네는 대가의 경지에 올랐군.

 

무슨 소리야?

 

좋은 이야기라는 소리야

고맙네 도움이 많이 됐어.

 

그는 눈에 광적인 빛을 띤 채 나를 보며 대답했다.

<언제든지, 아무튼 비밀을 함께 나눌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친구겠나?>

 

맞아 사는게 허무해 지겠지, 안 그래?

 

폴 오스터

 

그렇게 해서 폴 은

오기 렌이 어떻게 카메라를 손에 넣었으며

그 장소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 했는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폴 오스터는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뉴욕 타임스에 보낼 수 있었습니다.

 

웨인은

영화감독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웨인이라는 이름도 존 웨인에서 따 온것이라 합니다.

 홍콩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영화학 박사학위를 받고,

 잠시 홍콩에서 영화와 TV쪽에서 일을 하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한 그는 중국계 미국인으로서 그들의 사회에 깊은 애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82년 16mm 흑백영화 [Chan is Missing]으로 영화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1990년 크리스마스 에 샌프란시스코에 있었습니다.

뉴욕 타임스가 배달되지 않자 이웃에 있는 신문 가판대에 딱 한 부 남아 있는 신문을 사왔답니다.

걸프전이 임박했다는 기사외에는 특별한 뉴스가 없었고~~

눈길을 끄는 기사는 단 하나 특집란 전면에 실린 소설인데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였습니다.

 

 

웨인은

소설을 읽자마자 현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말,주는 것과 받는 것에 관한

복합적인 세계에 빠져 들고 말았습니다.

 

1991년 5월 브루클린

 파크 슬로프에 있는 폴 오스터의 스튜디오에서 웨인과 폴은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영화로 옮기는데

전염하기로 결심합니다.

 

1994년 12월, 뉴욕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처음 읽은 날로부터 4년이  지난 후

 많은 우여곡절 끝에 [스모크]라는 영화를 완성 시켰습니다.

 

스모크

 

 

  [스모크]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인

은곰상과 국제 비평가 협회상, 관객이 뽑은 최우수 영화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웨인 왕은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중국계 감독이 되었다고 합니다.

 

세상 살다보면 속임을 당 할때도 있고

남을 속일 때도 있죠.

저도 귀가 얇아 남의 말을 믿었다가

속아 넘어가서 낭패를 당하고 창피를 당한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다시는 속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속아 넘어 간적도 많아요.

반면 저는 남편과 아이들을 잘 속입니다.

일일히 속속들이 말하기 귀찮아서도 그렇고

알면 실망할 일들을 너무도 많이 저지르기 때문에

안그런척

똑똑한척

깨끗한척

잘난척

속입니다.

 

남편도

나도

아이도

다 알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속아넘어간척 해서  

어쩌면

감옥에 가지 않고 집에서

함께 있을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영화

알면서 속는

좋은 것들 ~

그 속으로 빠져 보세요.

 

 
출처 : 블로그 > 좋은 서비스 | 글쓴이 : shlee [원문보기]
 
좋은 서비스...입니다. 하루지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슬쩍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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