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어느 분의 질문입니다: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상담을?:
[목사님,
부는 바람에서 선들..... 가을을 벌써 느껴봅니다.
인사도 드리지 못한채
여름을 지났습니다.
지난 번 강조하셨던..결혼 상담? 목사님? 자세히 안내해주세요.
결혼날짜가 임박하여 오고 해서, 문득 그 생각이 났습니다.]
청랑의 답변:
질문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잊지 않으셨네요... 마음에 그 말이 초승달처럼 걸렸던 모양입니다.
결혼식을 치르는 데, 뭔 상담 얘기를 뜬금없이 던졌는가?
ㅎㅎ
지금은 자세히는 쓸 수 없고, 제가 기억하고 있는대로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벌써 15년이 가까운 얘기입니다만, 제가 메국에 있는 신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참 인상적인 것 가운데 하나 결혼식을 주례하는 목사로서 결혼하고자 하는 예비 부부에게 결혼 상담을 진행시키라는 것이었습니다. 결혼 상담이라니? 그것도 10주씩이나 말입니다. 그러니까, 결혼식 주례를 부탁받으면, 적어도 3-4개월 전에 부탁을 받도록 하고, 그 후에나 주례를 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수업시간에는 그 점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고, 간단히 언급만을 해주었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드디어 목회를 하게 되었고, 첫 주례를 인도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교회에서 결혼에 대해서 시간을 내어서 가르친 적이 있었던 덕에 그 부모님들이 결혼하게 된 자기 자녀들에게 목사인 저에게 주례를 부탁하면서 상담을 받도록 하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지금은 하두 오래된 일이어서,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신혼부부에게 해주는 상담이란 아주 실제적인 것들입니다. 주례를 맡게 되면, 먼저 그 두 사람에게 결혼준비상담코스를 세 사람이, 혹은 필요할 경우는, 신랑신부의 부모님들을 한 차례 정도 포함해서 받도록 스케줄을 짜게 됩니다. 다루는 내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부분들을 포함시킬 수도 있고, 제외시킬 수도 있습니다.)
1. 우선은 서로 건강진단서를 떼어오게 합니다. 한국의 경우라면, 호적등본을 떼어오도록 하는 일도 필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사실 저는 건강진단서를 떼지 않고서 결혼을 얼른 올려버린 케이스입니다. 병원에는 들어가기를 꺼려했고, 그러한 재정적인 형편도 아니었으니까, 단 몇 푼이 소중한 때였지요. 그래서 수업 때에 교수님이 그런 언급을 했을 때, 좀 거부감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결혼해서 살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요?) 건강진단서를 떼어 제대로 잘 살펴보면서, 건강을 제대로 잘 돌보는 기회도 갖고, 어떤 병들이나 유전병들이 있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한 병들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결혼을 그만두게 하는 것이 아니고, 충분히 고려하면서 결혼생활을 이루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운동하는 습관, 식생활 습관, 등등에 대해서 서로서로 구체적으로 대화하여, 앞으로의 삶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부분이 한 세션을 이루겠습니다.
2. 한 차례의 상담은 혼전관계 등에 대한 단도직입적인 질문으로 구성됩니다. (* 이 문제에 대한 결혼상담을 진행하는 목회자, 혹은 상담자는 비밀을 지켜야 함은 물론입니다.) 우선 먼저 따로따로 예비신랑과, 그리고 따로 예비신부와 먼저 상담을 하고, 서로에게 만일 그러한 일들이 있었다고 한다면, 상대방이 아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를 묻고, 서로의 준비를 확인하면서 진행시켜야 합니다. 이 부분은 아주 예민하고 민감한 부분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 죄의 사유를 받을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고, 두 사람이 진정으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호적등본을 떼어보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3. 한 차례의 상담은 재정문제에 대한 것입니다. 현재 가정 경제를 어떤 식으로 이루어나갈 계획인지, 실제로 벌이는 어떻게 되는 지, 아내가 직장에 다니는 일은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재정을 주로 누가 관리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것인지... 등등에 대해서 솔직하게 서로 터놓고 얘기하고, 재정을 운영하는 방식을 돌아보고,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특히, 십일조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가르쳐줍니다. (* 십일조와 헌금은 새로 결혼하게 되는 신혼부부들이 교회공동체의 일부임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4. 한 차례의 상담은 육아 문제에 대한 상담으로 구성됩니다. 자녀 출산에 대해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피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을 논의합니다. 이러한 상담들은 거의 다 함께 얘기하면서 방향을 잡아주는 것들입니다.
5. 물론 그리고 한 차례는 성생활에 대한 상담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 상담은 가급적 뒤에서 해야 합니다. 앞의 상담을 통해서, 서로 속임이 없고, 진실하며, 서로의 성격차이, 생활방식의 차이 등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래도 결혼에 임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을 때에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상담자가 구체적으로 가르쳐주기 보다는, 크리스천의 성생활에 대한 책들을 과제로 전 주에 내어주고서 읽어오고서 충분히 이해했는지를 확인하는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래도 꼭 필요한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 특히 경건하게만, 혹은 신앙적으로만 성장해온 처녀가 결혼생활에 대해서 이상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도 흔히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케이스들을 종종 봅니다.)
6. 그리고, 한 주는 남자와 여자의 성격차이, 사고방식의 차이점에 대해서 서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주로 존 그레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참고하는 것이 좋겠지요? 요즈음은 그 방면에 더 많은 책들이 나와 있을 수 있습니다.
7. 그리고 혼수문제, 양가의 가문전통과 문화적 차이, 실제 결혼식 진행 준비와 예행연습, 신혼여행 등등을 나누어서 상담을 해주게 됩니다.
제가 제대로 잘 전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지 이러한 기본적인 준비들을 상담이라는 이름을 빌어서 진행을 한 뒤에, 결혼식을 주례하는 목사가 그 부부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축복해 주면서 주례를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배운 메국의 신학교에서는 주례하는 목사(담임목사)가 이 문제를 잘 다루어서 하나님 앞에서 결혼 서약을 하고,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결혼을 하도록 잘 가르치도록 훈계했었습니다. 저는 한국신학교들의 사정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점을 목회자들이 잘 지켜나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꽤 연구를 해야 되겠지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녀분의 결혼에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복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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