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산후조리원에 갔을 때 아내 얼굴을 보니까 안색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직 감기는 아니었지만 초기 증세를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편두통이 심했지만 수유를 하기 때문에 진통제 복용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산모 방은 따뜻하지만 회복된 산모와 방문객이 있는 거실은 선선합니다.
전 날 덥길래 얇은 홑이불만 덮고 잔 것도 이유 중 하나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괴롭거나 힘들다는 걸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스러웠습니다.
(와중에 아기를 데리고 와서 젖을 물리더군요.)
잠시... 누운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기도해 줄까?" "네..."
아픈 머리에 오른 손을 살며시 얹고 조용히 속으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당신의 딸... 창희가 아프답니다. 두통으로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낫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유를 하기 때문에 약도 못 먹지 않습니까?'
너무 일방적인 것 같아서 이어서 다음과 같이 기도했습니다.
'차라리 아내의 두통을 제게로 옮겨 주십시오. 제가 감당하겠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가만히 묵상하고 있는데... 자꾸만 진통제가 떠올랐습니다.
그 중... 카페인이 없다는 타이레놀이 떠올랐습니다.
약 먹기 싫어하는 아내가 그나마 어쩌다 먹는 진통제가 바로 타이레놀입니다.
어쨌든, 계속 참기 힘들면
복용해야 된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하루정도는 아기에게
젖을 물리지 않고 분유를 먹여도 될 거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눈을 뜨고 손을 내리고... 아내에게 떠오른 생각을 말해 주었습니다.
아내도 그러마... 하고 대답했습니다.
부실했는지, 엉성했는지 모르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안수기도>를 해봤습니다.
................................
결과가 궁금하시지요?
아내는 타이레놀이든 게보린이든...사리돈이든 먹지 않았습니다.
저역시 두통...없었습니다. 저녁 때 편도선이 붓긴 했습니다.
(요오드로 양치질하고 푹 잤더니 다음 날 아침 괜찮았습니다.)
아내의 두통은 저녁 때쯤 조금 나아졌고, 다음날 아침 견딜만해졌고
그 다음날엔 깨끗이 나았답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낫는 것 아니냐고 피식^^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결과는 같을지 몰라도 감당해 내는 과정에선 다릅니다. 결과 후도 다릅니다.
나중에 아내와 함께 안수기도의 효력에 대해 나눴습니다.
둘 다 하나님께서 들어 주셨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약을 먹고 나았어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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