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애리조나 주 <휘닉스>에 갔을 때입니다.
그곳에서 만난 한 교우님의 우스개 이야기가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사막의 열기를 식혀 주었습니다.
식당에 간 남자와 여자가 비싼 음식을 주문하면 그 두 사람은 불륜의 관계요,
싼 것을 시켜먹으면 부부지간이랍니다.
식사하는 내내 서로 마주보고 정답게 이야기를 계속하면 그들은 불륜이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없이 시킨 음식만 먹으면 부부 사이랍니다.
식당을 나와 멋진 코스로 드라이브를 하면 불륜, 자동차가 곧장 집으로 향하면
부부입니다. 차 안에서 웃어가면서 무엇인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면 불륜, 그저
무표정하게 차창 밖만 보고 앉아 있다가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말 한마디 없이 내리면
그들은 영락없이 부부랍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뚝뚝하기만 한 전형적인 한국 부부의 모습을
잘 보여 주는 이 우스개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마침 그날 밤 숙소에서 서울에 있는 아내와 전화를 하던 중,
이 이야기가 생각나 그대로 옮겨 주었습니다. 계속 웃음을 터트리며 듣고 있던 아내가
제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었습니다.
"우리는 완전 불륜이군요."
한국으로 돌아온 뒤 식사 시간에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 주자,
셋째인 승윤이의 결론 역시 아내와 똑같았습니다.
"그럼 아빠와 엄만 불륜이네요."
그 말을 막내 승주가 대뜸 이렇게 받았습니다.
"그래도 행복한 불륜이잖아."
우리 부부는 아이들과 더불어 주님 안에서 계속
'행복한 불륜(?)'을 즐기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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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글은 쿰회보에 실린 이재철 목사님의 171번 째 서신이랍니다.
불륜관계와 부부관계에 대한 예를 든 앞부분의 글을 읽을 때만해도 갸우뚱했습니다.
문득,
'어~ 나와 아내는 불륜이네? 우릴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봤을거란 얘긴데...'
(다행히(?) 목사님의 결론이 저와 같았습니다. 재밌어서 이곳에 옮겨 봤습니다.)
그리고 보니... 교통사고 이후 최근 몇개월 동안
아내와 연인처럼, 신혼부부처럼 지내고 있음이 새삼스러웠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우스개 이야기가 있든 말든,
저 역시 앞으로도 계속 주 안에서 행복한 불륜(?)을 즐겨야겠습니다.
...........
지금 이 글을 올리고 있는데 저쪽 방에서 아내가 그러는군요.
"아빠... 산책할래요?" (좀 있다가 야밤에 데이트 좀 하고 들어와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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