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내 일

malmiama 2007. 6. 22. 14:15

오늘 다음 날인 '내일'이 아니라 남의 일이 아닌 '내 일'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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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신입사원 시절에 명동 성모병원에서 한 달 넘게 출퇴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고혈압과 그 합병증으로 입원한 어머니 때문이었습니다.
결혼한 형님은 눈 밖에 나있었기에 문병조차도 허락이 안되었고 어린 조카 둘을

돌봐야하는 형수님만 이따금 문병을 왔습니다.
그 당시 대학을 다니던 동생은 어머니 입원 초기에 울면서 군입대 했습니다.
병원에서 잠자고 샤워도 하고 어머니께서 금식하실 땐 환자용 식사도 했습니다.
보호자용 침대에서 잤지만 환자용 침대가 비어있으면 거기서 잔 적도 많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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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두 아이를 키우던 시절, 어머니 임종 간호를 집에서 했습니다.
병원용 침대와 욕창방지 에어매트, 석션기 등 많은 의료기를 영등포에 가서 구입했습니다. 
병원에서 포기한 상태에서 집으로 모셨는데 아내가 정말 많은 수고를 했습니다.
여름에 의식을 잃으셨고 욕창이 많이 생겼었는데 임종간호를 통해 깨끗한 상태가 되어 돌아가셨습니다.
쓰러지신지 정확히 100일만에 돌아가셨습니다. 100일임이 분명한 것이,
쓰러지셨을 때 동생 아들이 태어났고 돌아가신 날 백일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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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2월 27일 택시 타고 출근하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많이 망가졌습니다. 택시 기사는 사망한 사고였으니까요.
아산병원에서 25일간에 걸친 수술과 치료에 이어 신경외과에서 두 달간 통원 치료했습니다.
회사복귀 후 남서울 병원에서 수개월간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사고 당했을 때 아내는 임신 4개월이었습니다.
2002년 여름 아내가 출산할 때 옆에 있었고 탯줄을 직접 잘랐습니다.
겨울에 턱의 티타늄 제거 수술을 부분 마취한 상태에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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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여름 '좌측두부 기저세포성 암종' 판정을 받아 수술했습니다.
그해 늦가을에 성형을 위한 2차 수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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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레이와 엠알아이, 심전도 검사 그리고 피검사, 뇨검사 숱하게 받았습니다.
주사도 많이 맞았고 병원 밥도 많이 먹었고 먹은 알약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수술을 위한 전신마취도 세 번 했었습니다.
체험을 통해 병원의 시스템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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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나만 조심하면 무사할 줄 알았었습니다.
암과 같은 질병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었습니다.
입원해 있는 이들에 대해 보호자 입장은 잘 알고 있었지만 정작 환자에 대해선
안타까움만 있었지 헤아릴 줄은 몰랐었습니다.
아파서 신음하는 이들에 대해 이해할 줄만 알았지 느낄 줄은 몰랐었습니다.
남의 일인 줄 알았던 것이 바로 내 일이었습니다.
이후, 아픈 이들을 어느정도 헤아려 느낄 수 있습니다.
체험을 통해 그들을 실제적으로 돕는 방법을 어느정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일,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바로 '내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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