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글

심장

malmiama 2006. 11. 13. 07:58

"아빠..저 오늘 학교에서 오래 달리기 1등 했어요."
"그래? 잘 했구나! 항상 1등 한다던 축구부 애는 안 뛰었니?"
"갸는 작년에 같은 반이었는데 지금은 다른 반이지요."
"음..그럼 너네 반에서 1등이구나. 그래도 대단하다야.."
"옆 반하고 같이 뛰었는데 합치면 2등이예요"

1600 미터 오래 달리기를 6분대에 뛰었다는 큰 아이. 비록 전교 1등은 아니지만

흐믓한가 봅니다.  큰 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 얘깁니다. 당시 저 역시 기뻤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몰래 웃음을 흘렸더랬습니다.

결혼 전에 제 희망 중 하나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프로는 아니더라도 만능

스포츠맨으로 키워야지...였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건강하고 운동신경이

뛰어난 여자를 만나길 은근히 바랬습니다.


개인적으로 갖가지 스포츠를 좋아했고 운동신경과 체력도 괜찮은 편이었으나,
반이나 과대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체격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거든요.
결혼해서 기대가 컸습니다. 왜냐하면 아내의 체격과 체력 등....믿을 만 했거든요.

그런데...영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보통수준 이상이 절대로 아니었던 것입니다.

큰 아이와 둘째 아이 모두 스포츠하고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큰 아이는 그래도

고등학생이 되면서 자전거도 타고 축구와 농구도 즐기는 것 같긴 한데... 둘째

아이는 영 스포츠하고는 담을 쌓고 지냅니다.  

 

막내 유민이는... 하루종일 잘 놀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흔들어대는 걸 보면

적어도 체력은 한체력 하는 것..같습니다.  


아내는 다른 건 몰라도 오래 달리기만큼은 그 실력을 인정 해줄만합니다.
한 때 마라톤에 도전해볼까...할 정도로 스스로도 자신했지요.  예전에 발리에서

레프팅을 즐기고 나서 계곡 밑에서 위까지 한참을 올라가야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뒤쫓아 가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저도 한때는 별명이 <지칠줄 모르는 까마귀>였습니다.
종일 축구시합,농구경기...몇 게임을 해도 지치지 않았고, 검게 그을렸기 때문에

대학시절에 얻은 별명입니다.
직장 다닐 때 회사 내에서 비슷한 또래 중에선 체력이 앞서 있는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스포츠와 관련해서 아내와 저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초... 가장 근원적인 심장이 튼튼하다는 것입니다.  ..............^^

아이들이 다른 건 닮지 않았지만 귀중한 건강한 심장을 닮은 것입니다.
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심장이 튼튼해서 함께 오래 달릴 수 있는 가족.

심장이 튼튼하다는 건 잘 놀라지 않고, 황당한 순간을 당해도 침착할 수 있다...

이런 장점도 있겠지요.  비교적 우리가족은 다들 그런 거 같습니다.

스포츠 만능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운동신경이 좀 둔하면 어떻습니까?
튼튼한 심장으로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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