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글

삼계탕

malmiama 2006. 8. 9. 18:51

신혼 여행을 제주도로 갔었습니다.

대학 합창단 동문회로부터 제주도 항공권을 선물로 받았고,숙박은 군인 휴양소를

친구가 예약해 주었으므로 선택의 여지없이 갔습니다.
군인 휴양소..여러모로 괜찮았습니다. 바가지 요금 없고, 매우 친절하고...

한실과 양실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특실을 하루 2만 5천 원에 사용했지요.

4박 5일 여정으로 갔는데 한 이틀쯤 지나자 지겨웠습니다.
소형 버스를 타고 관광을 하는데 쇼핑에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여러 커플들과 어울리는 게 재미 없었습니다. (신혼여행 땐 둘만 있고 싶잖아요.)

이틀 만에 예정에 없던 부산으로 날아 갔습니다.(직접은 아니고 뱅기타고..) 
자갈치 시장에서 500원 짜리 보리밥을 맛있게 먹고 근처 금강장 여관에서 잤습니다.

다음 날은 부산에 공군장교로 근무하는 내 후배이자 아내 동기인 녀석에게
면회를 갔습니다.  놀라 자빠지려는 녀석에게, 

"얌마...너, 왜 결혼식에 안왔어?"
"좌우간 그래서 우리가 왔다...밥 사라!"

점심 먹고 하와이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부곡 하와이>.

고속 버스를 타고 남해안을 따라... 맨 뒷자리에 꼬옥 붙어 앉아 신혼티를 냈지요.

부곡 하와이에서는 온천도 하고...놀이동산에서 이것 저것 타기도 하고,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면서...관광아닌 휴양을 하면서 이틀을 푹 쉬었습니다.

그러니까 4박 5일이 아니라 5박 6일이 된 것이지요.
혹시 몰라서 서울 올라갈 고속버스표는 미리 끊어 놨는데...마지막 날 밤 저녁 식사를

하려는데 돈이 바닥나 있었습니다.
정확히 한 사람만 삼계탕을 먹을 수 있는 돈만 남은 것입니다.

내 앞에 놓여진 삼계탕을 아내는 생글 생글 웃으며... "어여 드시와요..~!" ......
내가 대충 먹고 나면 아내는 완죤히 물렁뼈까지 발라먹고...
가끔 아내에게 국물과 밥도 주긴 했던 것은 같은데......아무튼, 다먹고 나니까,
닭뼈 남은 게 그야말로 두 살짜리 아기 손으로 한 줌도 안되었습니다.

그 날 이후 그렇게 맛있는 삼계탕을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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