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입니다.^^
요즘들어 부쩍 자발적으로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유민이가
엊그제 황당한 일을 벌였습니다.
비가 오락가락 하길래 밭에 가려다 포기하고 집에 들어
온 후
였는데 잠시 후, 유민이가 혼자서 밭에 다녀오겠으니 엄마는
집에 있으라는 겁니다.
집에서 밭까지 어른 걸음으로 5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인데다
골목이긴 하지만 차가 오고가는 길 몇 개를 지나야 하는 고로
엄마와 함께 가자고 해도 꼭! 혼자 가야한답니다.
우리 밭이 몇번인지 물어보길래 38번이라고 알려주니
'3하고8이 있는 곳이냐'고 확인하고는 뭐라 대답도 하기 전에
노란 비닐백 하나를 집더니 옆구리에 끼고 마구 뛰어나갑니다.
헉!!! 마침 쭈구리고 앉아 마늘을 까고 있어서 다리가 절여 못
움직이겠구먼... 유민이는 벌써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얼른 몸을 추스려 뒤따라 나갔습니다. 와중에 디카를
챙겨서^^

그때부터 007 첩보 작전처럼 유민이를 쫒아 미행을 시작했습
니다. 작은 찻길을 지나(휴~고비하나 넘겼군) 아파트를 지나
주차장쪽으로 뛰어가던 유민이가 잠시 주춤합니다.
유민이 앞에는 시동을 걸어놓고 나가려는 차가
있었습니다.
머뭇거리던 유민이가 운전석에 있는 아주머니에게 가서
뭐라뭐라 하면서 뒤를 돌아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엄마! 오지말라고 했잖아!!!"
"응... 너를 따라온 게 아니라 다른 일이 있어서 왔어.먼저
가~"
휑~하니 뛰어가는 유민이를 보며 운전석의 아주머니에게
아이가 뭐라고 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음...자기가 혼자 밭에 간다고 하네요. 엄마는 집에서 기다린
다고요."^^
아주머니도 우스운지 연신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 후로도 나무 뒤로 숨고 포장 마차
뒤에 숨으며 뒤쫒다가
도무지 숨을 곳이 없어질 즈음,뒤를 돌아보는 유민이에게 따악
걸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마지막 얼마를 같이 걸어갔습니다.
아까 그 아주머니에게 뭐라고 이야기 했냐고 물었습니다.
"아줌마 보다 내가 먼저 지나가겠다고
했어. 엄마가 집에서
기다리니까 빨리 가야한다고..."
시동 걸린 차를 보고 부딛칠까...걱정한 모양입니다.
암튼 요즘 유민인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