쥔장 돕는 배필 달팽입니다.^^
요즘 친정 아버지께서 보훈병원을 자주 이용하십니다.
(아버지는 오래전, 월남전 참전 공병 대대장이셨습니다.)
심장 이상 증세로
혹시나 해서 고엽제 진찰을 받았는데
얼마 전, 중등도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비용이 무료인 보훈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 집이 보훈병원과 가깝기 때문에 아버지께서
병원에 오시는 날이면 나도 병원에 들러서
아버지와 일정을 같이 합니다.
그리고 집으로 아버지를 모시고 와서 식사도 하고
유민이 재롱도 보여드리곤 하지요.
어제 오후,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내가 네 집에 들르려고 하는데 집에 있나?
지금 보훈병원인데 일은 다 봤다."
나는 같이 가시지 그랬냐고 말씀을 드리곤
어서 오시라고 했지요.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이 집안 치우고^^
식사 준비하고 과일 사오고...
잠시 후 아버지께서 오셨습니다.
며칠 후가 내 생일인데
아버지는 그 날 노인대학 진행을 맡으셨고
어머니는 교회 꽃꽂이를 하게되어
우리집에 방문을 못하신다고...
그래서 미리 방문하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에궁...
죄송스럽게...
이른 저녁을 해드렸습니다.
머리속으로 이렇게 이렇게 상을 봐야겠다고
그려 놓았었지만 막상 상을 차리고 보니
왜그리 초라해 보이는지...
늘 그렇듯이 아버지는 맛있게 드시고
잠시 후 자리를 일어나셨습니다.
그건 그렇고, 아니...?
생일 때문에 오셨다고 하시곤
아무것도 없이 그냥 일어나시다니...
이럴땐 골치 아파집니다.
어딘가에 무언가를 숨겨놓고 가시기 때문입니다.
나는 얼른 지갑에서 지폐 얼마를 챙겼습니다.
그리곤 집을 나서는 아버지 주머니에
살짝 넣어 드렸습니다.
아버진 싫은 내색을 하시지만 받아주십니다.
그리고 얼마인지 꼭 확인을 하시구요.^^
"뭘 이리 마이주노~" 하시면서 말이죠.
집을 나선 아버지께서 원탁 위 촛대 아래
케잌 살 돈을 조금 놓았다고 하십니다.
내가 이럴줄 알았어!!!
어버지 배웅을 마치고 들어와 원탁 위를 보았습니다.
유민이 눈에 안 띄게^^ 돈을 놓고 가셨더군요.
케잌값만 주시지...
이럴줄 알았으면 더 드릴걸...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습니다.
오후까지 기운 없이 지내던 내게 기쁨을 주고 가신 울 아버지...
당신을 사랑합니다.
몇 년 뒤면 팔순이신 분...
얼마 전 정민이 졸업식 때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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