돕는 배필 달팽이..입니다.^^
유민이가 광분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지렁이 입니다.
어쩌다 징그러운 지렁이를 좋아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좌우간 오래 전부터
유민이는 지렁이를 좋아 했었습니다. 책에서 본 지렁이 모습이 좋았던지,
지렁이 역할 놀이 하는 게 좋았던지... 둘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차만 타면 지렁이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나를 질리게 합니다.
이야기가 끝나면 각자 지렁이가 돼서 역할 놀이를 해야 합니다.
엄마 지렁이 아기 지렁이...친구 지렁이 일 땐 반말을 해 댑니다.
유민이가 엄마 지렁이 일 땐 내가 존대말을 해야 합니다. TT
아빠가 상대해 주기도 하지만 운전을 해야하므로 99%는 내가 상대해야 합니다.
"엄마!..찌렁이 놀이 하자~아~~"
그러던 어느 날!
장마 기간 중 거짓 말 좀 보태서 내 손가락 만한 지렁이가 집 앞에 등장했습니다.
기회다 싶어 유민이를 불렀습니다.
"유민아! 일루 와봐... 이게 바로 살아있는 진짜 지렁이란다!"
내 맘 한 구석에는 유민이가 지렁이의 실체를 보고 다시는,지렁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유민이가 지렁이를 만지지는 않았습니다. 그 얼마 전에... 땅에 말라 붙어
죽은 지렁이를 불쌍하다며 만지고 있어 경악한 적이 있었거든요.
(나중에 들은 바.. 그 때 지렁이 모습이 조금 무서웠다고는 했지만요.)
그러나 지렁이 사랑이 어디 가겠습니까? =.=;;
주말농장에서도,울 집 감나무 아래서도 지렁이가 나타나면 환호하며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날이 더워지고 ... 현관 앞에서 그만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더위에 말라 붙은 지렁이 몸에 개미 수백 마리가 버글 거리며 먹이를 옮기는 작업에
들어간 겁니다. 그 광경을 본 유민이!
그 놀란 눈과 경직된 몸을 보니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입이 벌어져 말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유민이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네 친구 지렁이가 저렇게 돼서 참 안됐다...그치?"
"응... 맘이 아퍼.."
다행히도.. 지렁이만이 아니고 매미도 죽어 개미의 밥이 된다는 사실을 며칠 후에
알게 된 유민이는 다시 씩씩해졌습니다.
이제 9월 중순... 지렁이 이야기도 조금은 시들해졌습니다.
내년 봄이 되면 또 다시 지렁이 이야기와 더불어 지렁이 놀이를 하게 되어 ...
"나는 어른 지렁이야...등에 줄이 있단다!" 하며
유민이에게 등을 돌려대야 할지도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