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호오

삼계탕

malmiama 2005. 8. 14. 18:14

말복입니다.  교회에서 점심 때 보신탕을 대신해 삼계탕을 먹었습니다.  삼계탕...!

태어나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삼계탕은 신혼여행 때 먹었던 삼계탕인데,

 

신혼 여행을 제주도로 갔었습니다.

대학 합창단 동문회로부터 제주도 항공권을 선물로 받았고,숙박은 군인 휴양소를

친구가 예약해 주었으므로 선택의 여지없이 갔습니다.
군인 휴양소..여러모로 괜찮았습니다. 바가지 요금 없고, 친절하고, 호텔수준에......

한실과 양실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특실을 여관비 두 배 정도로 사용했지요.

4박 5일 여정으로 갔는데 한 이틀쯤 지나자 지겨웠습니다.
소형 버스를 타고 관광을 하는데 쇼핑에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여러 커플들과 어울리는 게 재미 없었습니다. (신혼여행 땐 둘만 있고 싶잖아요.)

이틀 만에 예정에 없던 부산으로 뱅기타고 날아 갔습니다. 
자갈치 시장에서 500원 짜리 보리밥을 맛있게 먹고 근처 금강장 여관에서 잤습니다.

다음 날은 부산에 공군장교로 근무하는 너구리 후배이자 달팽이 동기인 녀석에게
면회를 갔습니다. (신혼 여행 때 이런 사람들도 있습니다..^^)

놀라 자빠지려는 녀석에게...  "얌마...너, 왜 결혼식에 안왔어?" ... "???"
"좌우간 그래서 우리가 왔다...밥 사라!"

점심을 먹고 하와이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부곡하와이>.

고속 버스를 타고 남해안을 따라... 맨 뒷자리에 꼬옥 붙어 앉아 신혼티를 냈지요.

부곡하와이에서는 온천도 하고...놀이동산에서 이것 저것 타기도 하고,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면서...관광아닌 휴양을 하면서 이틀을 푹 쉬었습니다.

그러다 예정했던 4박 5일을 넘어 5박 6일이 되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서울 올라갈 고속버스표는 미리 끊어 놨는데...마지막 날 밤 저녁 식사를

하려는데 돈이... 바닥나 있었습니다.
정확히 한 사람만 삼계탕을 먹을 수 있는 돈만 남은 것입니다.

너구리 앞에 놓여진 삼계탕을 달팽이는 생글 생글 웃으며... "어여 드시와요..~!" ......
너구리가 대충 먹고 나면 달팽이가 완죤히 물렁뼈까지 발라먹고...
가끔 달팽이에게 국물과 밥도 주긴 했던 것은 같은데......아무튼, 다먹고 나니까,
닭뼈 남은 게 그야말로 두 살짜리 아기 손으로 한 줌도 안되었습니다.

그 날 이후 그렇게 맛있는 삼계탕을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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