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시험이 무엇이길래...

malmiama 2002. 7. 15. 22:31

시험 기간만 되면 아내와 아이들은 신경이 날카롭습니다.
날카롭진 않더라도 좌우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험이 끝나고 나면 신경이 엄청 무뎌집니다.
마음과 규율이 풀리어 느즈러집니다. 즉, 해이(解弛)지는 것입니다.

마지막 시험을 치루던 날 아침 큰 아이가 아내에게 그랬답니다.
"오늘... 기다리거나 찾지 마세요!"

작은 아이도 예고 후 늦게까지 놀다가(헤매다가?) 들어왔답니다.

지난 달부터 큰 아이는 학원을 그만두고 혼자 힘으로 공부했습니다.
독서실과 집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매일 보았습니다.

두 달전쯤 아이들에게 용돈과 관련해서 한 가지 제안을 했었습니다.
학원을 다니지 않고서도 전교 석차 기준으로 지난 번 보다 같거나 앞서면
학원비를 몽땅 용돈으로 주겠다고 말입니다. (큰 아이만 도전했습니다)

일종의 동기부여이긴 했지만 내심 두 가지 이익을 생각했습니다.
첫째, 학원보다 자식에게 주는 돈이 덜 아깝다.
둘째, 학원에 의지하지 않고 자율학습 즉, 홀로서기에 의미가 있다.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풀이 죽어있는 큰 아이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워낙(?) 상위권이었기에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딱해 보였고,
한편으론, 절대 평균점수로 자신 없어 하는 게 우습기도 했습니다.

"전교 석차란 상대평가 아니냐? 네가 어려웠으면 다른 애들도 어렵지 않았겠느냐."
"그래도 자신없어요..."
"그렇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학원비의 삼분의 일을 주마. 나중에 더 주는 거 없고!"

역시 내심으로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결과가 좋았을 경우 학원비의 삼분의 이는 버는 거다.
둘째, 결과가 나쁘더라도 최선을 다한 녀석은 받을 자격이 있다.

녀석은 망설임없이 내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즉시, 현금을 주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만, 약간 씁쓸은 했습니다.
..............................

시험이 무엇이길래 아이들과 부모들을 힘들게 하고, 치사하게 하고... 그러는지. 쩝.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고...가 떠오르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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