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늦둥이 이야기

malmiama 2002. 7. 11. 17:05

지난주부터 어제까지 유민이 목욕을 다섯 번씩이나 제가 시행했습니다.
[씩이나...]라고 표현한 것은 대단한 기록(?) 때문입니다.
터프한 아빠가 씻겨주는데도 아직까지 한 번도 울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산후 조리원에 머물 때 전문가들이 씻어 줄 때도 바둥대거나 울었다는데 말입니다.

유아용 크림비누를 옆에서 챙겨준 것말고는 아내가 도와 준 것도 전혀 없었습니다.
늦둥이 공주 목욕을 담당하기로 한 것엔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양쪽 팔목이 아픈 아내를 위함이요,
둘째는 공주님 옥체를 깨끗케 하는 영광입니다.

비교적 능숙하게 행하는 걸 몇 번 본 아내가 요즘은 안심하는 눈치입니다.
먼저 얼굴과 머리를 씻겨주고 목과 가슴 등 앞부분... 이어서 뒤집은 다음
등과 엉덩이를 씻어줍니다.
뒤집는 순간엔 부드러운 테크닉을 요합니다. (낑낑대거든요 ^^)

적당히 물에서 놀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요령입니다. 여유 있는 재미 말입니다.
다섯 번 중에 두 번은 몸체를 안고서 머릴 감길 때 녀석이 실례를 한 적이 있습니다.
따뜻한 물줄기가 허리춤을 적셨습니다. 얼마나 편했으면... 그리고,
아기 오줌은 약으로도 쓴다는 데... 까짓 거! 했습니다. ^^

부족한 모유는 우유로 보충해 줍니다. 다행히 녀석은 가리지 않고 잘 먹습니다만,
가끔은 젖을 물리기가 힘들 때가 있더군요. (저 말고 아내가 말입니다.^^)
젖꼭지가 입안에 딱 맞게 밀착되지 않으면 짜증스럽다는 듯 도리질을 합니다.
그러나, 이를 알게 된 아내는 끈기 있게 응대를 합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한 쪽 발을 올리는 게 편할 것 같아 큰 녀석이 클래식 기타연주 시 사용하는
발 받침대를 이용하게 했습니다. 한결 편하고 좋았습니다.

'학교에서 쌓인 스트레스... 유민일 보면 풀린다!' 는 큰 녀석과
아기 기저귀까지도 갈아주는 작은 녀석.
건장한 두 오빠는 아기를 안아주고 놀아주길 좋아합니다.
물론 저도 좋아합니다.

가슴에 밀착시켜 안아주면서 조용히 얘길 하거나 노랠 불러주면 살포시 잠이 드는 공주.

아내들은 아기를 낳을 때 뿐만 아니라 키우면서 상처를 많이 받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특히 무심한 남편으로부터 말입니다.

늦둥이 공주 때문에 기쁘고 행복하고 그렇습니다마는... 한편으론,
늦둥이 공주에 의해 치유가 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유민아...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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