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4년 전 내일...

malmiama 2005. 5. 14. 23:05

다음 글을 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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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스타일이 맘에 안 들어요.] 2001.5.15.

 

버티고 버티던 큰 녀석이 드디어 주일 오후에 이발을 했습니다.
보이기엔 다듬기만 한 것 같은데 녀석은 원한 것 이상으로 왕창 깎였다고 불만입니다.
밖에 나갈 때 보니까 모자를 쓴 모습이 심사가 뒤틀린 게 분명했습니다.

그냥 모른척 하려했는데 지나칠 정도로 헤어스타일에 예민하고
늘 투덜거리는 게 한심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해서 참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거실에서 빈둥대던 제 옆 1.5m 쯤에 앉아 있는 녀석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잘못 생각하는 것 두 가지를 얘기하마."

"......"

"첫째, 너 자신의 개성이라 하고, 제 멋에 산다고 하지만 정말 그런가 생각해 봐라.
이 세상에 너외에 다른 사람이 없고 거울도 없다면 정말 지금처럼 머리에 신경을 쓰겠느냐?"

"......"

"결국 다른 사람을 의식 하는 것 아니냐? 네 말대로 <내가 좋아 그런다>는 모순인게다."

"그렇다해서 네가 잘못했다고 나무랄 생각은 없다.
누구나 남을 의식해서 자신을 멋있게 꾸미려고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
지적하고자 하는 건 <개성> 운운하며 참견을 싫어하는 게 모순이라는 점이다."

별 대꾸가 없었지만 이해는 하는 것 같았습니다.

"둘째, 네 헤어스타일에 대한 평가는 또래 뿐만 아니라 부모를 포함한 어른
그리고, 너보다 어린 아이...모두 아니냐?
어떤 스타일이 네게 어울리는지는 오히려 너보다 남이 더 잘 알수도 있는거고,
전체 평균 점수로 정하는 게 옳을 확률이 높지 않겠냐?"

"평생 자기 스스로는 제대로 볼 수 없는 게 자신의 헤어스타일.
그런데 선호하는 일부 사람을 위해 아니, 어쩌면 본인의 착각에 의해
고집을 부리고 지나치게 신경 쓴다는 게 두 번째 모순이라는 것이다."

역시 별 말이 없이 가만히 있었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정말 계속 긴머리를 고집하는 이유가 뭐냐?"

"......아이들이 멋있다고 했어요."

"아이들만 멋있다고 하면 되냐? 선생님도 부모님도 멋있다고 해야지.
길어도 적당하게, 단정하게, 스마트한 것도 멋있는 거 아니냐?"

잔소리로 발전할 것 같아 일방적이긴 하지만 서둘러 결론을 얘기했습니다.

"아빠는 솔직이 말해서 네 머리가 길든, 짧든...물을 들이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안타까운 것은 살면서 신경 쓸 일, 좋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머리에 그렇게 신경을 쓰고 불만을 갖느냐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건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란다. 그리고 자신감을 갖는 것.
내가 볼 땐 머리가 길든 짧든 너는 참 멋있어 보인다.
헤어스타일 때문에 시간소비가 너무 많은 건 아닌지...,
그렇게 예민하게 머리에 대해 반응할 가치가 있는지
네 스스로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장발에 멋을 느끼는 사람을 상대로 자신을 가꿀 것인지,
종합적으로 네게서 멋을 느끼는 사람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도 따져보길 바란다"

"네가 대머리가 되든, 머리에 화상을 입든... 엄마, 아빠는
너를 계속 사랑할 것이란 사실도 참고하기 바란다."

<이제 그만해야지> 하고 편한 쿠션에 기댄채 눈을 감았는데 녀석은 아무말도 없었습니다.

잠시 후... 제가 좋아하는 클래식 기타 연주가 들렸습니다.
(짜슥, 정말 잘 치긴 잘 치는군...여자애들은 그 기타 연주만 들어도 뿅 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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