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글을 찾다가 발견한 추억의 글입니다.
10년 전 글인데 그 때보다 얼마나 재밌게 읽었는지 모릅니다.^^
칼럼시절 잠시 공동 운용자였던 잔느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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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건망증이 심하고 털털합니다.
예를 들면 손에 들고 있는 칫솔을 간혹 찾기도 하고
음식을 먹고 나면 옷에 묻히거나 바닥에 흘리기 일쑤이고
엊그제 한 말을 오늘 잊어버리고 또 할때가 있습니다.
언젠가 치매에 걸릴 확률 테스트를 받았더니
지금부터 꾸준히 노력해서 치매를 예방해야 할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요즘 일주일에 세 번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결혼 전부터 서서히 살이 찌더니 결혼 이후 갑작스럽게 더 살이 찌면서
몸도 힘들고 건강에도 좋은것 같질 않아 시작했지요.
어제도 어김없이 저의 건망증은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수영 후 사우나를 하려는데 락카 열쇠가 보이질 않는 것입니다.
수영을 하러 가기전까지는 분명 제 손목에서 딸랑 거리던 열쇠를 기억하고 있는데
그 이후로 어떻게 했는지 도무지 기억나질 않는 것입니다.
사우나장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에게 말씀드렸더니
락카는 열어줄 수 있지만 열쇠를 찾지 못하면
만원의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는군요.
엊그제 뜨거운 열탕에서 데인 상처의 치료비도 받지 못했는데
억울하게 열쇠값 만원이라니..
사용한 타월을 넣어두는 바구니까지 몽땅 뒤지다가 다시 사우나 안으로 들어선 후에야
뭔가 뒷목에서 달랑 거리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수영모자를 쓰기위해 제 머리칼을 묶으려고
열쇠에 달린 줄을 사용했던것이 기억났습니다.
열쇠는 제 머리에 달려있던 것이지요.
그런걸 까맣게 잊고 사우나장 안을 사방팔방 찾으러 다닌 제 꼴이 우스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남편에게 이 얘기를 하며
도대체 내가 왜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하자 그러더군요.
마음이 항상 천국에 가있어서 그래.. (진지하고 다정하게 말하지만 비꼬는 것임을 알고 있죠. ^^)
흥.. 그래 난 빨리 천국에 가고 싶어. 얼렁 예수님 오셔서 이 풍진 세상 빨리 떠나고 싶다.
천국이 없으면 어쩌려구?
천국이 없긴 왜 없어. 있어.
천국이 있어도 못가면 어쩌려구?
못가긴.. 꼭 간다!
흠.. 그 믿음 꼭 지키길 바래..
흥.. 당신이나 제발 그 믿음 생기길 바래~
남편은 늘상 덜렁대고 잘 잊어버리는 저를 챙기기에 바쁘고 신경 쓰느라
자기가 위장병이 생긴다고 합니다.
부부는 서로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끼리 만나야 잘 산다는 말이 틀린말은 아닌가 봅니다.
꼼꼼한 남편이 덜렁대는 저를 챙겨주고
덜렁대는 제가 남편의 꼼꼼함이 완벽할 수 없다는걸 늘 일깨워 줍니다. ㅋㅋ
비록 눈에 보이는 것으로는 남편이 제게 하는 것만큼
저는 그를 잘 챙겨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끊임없이 남편을 보살펴 줘야 함은 잘 알고 있지요.
기도의 시간에 늘 그를 위해 애통하며 기도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이자 챙겨줌 이란것 말입니다.
제 건망증이 비록 중증에 달하고
세상적인 일로는 제가 그의 능력을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하나님을 섬기고 사랑하는 일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더 강력하고 진실되게 그를 잡아줄 사람이
저라는 사실만은 늘 잊지 않고 있습니다.
부부가
그리스도 안에서 한 마음되어 섬기고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
결혼을 하면서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그런점에서 이 칼럼의 운영자인 너굴, 달팽님의 가정이 얼마나 아름다고 부러운지..... ^^
잔느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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