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글

가훈 변경 2001.02.13.

malmiama 2012. 9. 3. 10:28

누적된 피로 때문에 어제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자다 깨어보니 새벽 세시 반이었습니다.
더 이상 잠이 안 올 것같아 일어나서 경음악 찬송가를 조용히 틀고,
아이들 방엘 들어가 봤습니다. 큰 녀석은 이불을 안 덮고 몸을 웅크린체 자고 있었고,
작은 녀석은 두 팔을 위로 뻗고 옆으로 휜 모습이 마치 만세 옆구리 체조 자세였습니다.

이불을 덮어주고, 자세를 바로 해주면서 문득 녀석들 꼬맹이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아무리 이불을 덮어주고 자세를 바로 잡아줘도 자는 중간에 보면,
이불을 제끼고 몸은 90도 180도 돌려져 있었는데 아침엔 신기하게도 원 위치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다음부턴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던 기억이 떠올라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녀석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반항심도 무르익을테고 그러다보면, 신앙적으로도

부모 맘에 안 들 상황이 필연적으로 생기겠지요.
하지만 아침이 되면 원위치하듯, 녀석들을 믿고 기도하며 기다려 줘야겠다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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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가훈은 <밝은표정, 맑은마음, 베푸는 삶>입니다.
문제 가정의 아이들 처럼 침체된 표정에 이기적인 행동을 걱정하던 중,
붓글씨 잘 쓰는 분께 부탁해서 만들어 식탁 유리 밑에 깔아둔지 오래 되었습니다.
잠자는 아이들을 보며 이 가훈의 배경을 떠올리다가 문득 부끄러워졌습니다.
가훈의 순서도 그랬지만 특히, <베푼다>는 단어가 참 교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사랑해 줬고,
우리가 섬긴 것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섬겨줬음이 확실한 데 말입니다.

내일 아니, 오늘 당장 가훈을 바꿀 것을 가장으로서 당당히 공표하고 표결에 붙여야겠습니다.
<섬기는 삶, 맑은마음, 밝은 표정>으로.

아이들을 위해 오래간만에 기도를 한 새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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