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돕는 배필 달팽입니다.
5월 17일은 결혼 기념일입니다. 16회를 맞은 오늘, 문득 작년 생각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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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결혼 기념일 이틀 전에 작은 아이가 제게 와서 '화원이 어디쯤 있느냐..'고 묻더군요.
학기 초에 전학을 하고 4월 말쯤 이곳으로 이사를 했으니 동네 사정을 잘 모를테고,
친구들도 많이 못 사귀었을 시기였습니다.
왜 화원을 찾느냐고 했더니
'그냥 꽃 구경도 하고 싶고, 꽃에 대해 알고 싶어서 그런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더니 5분도 못가서,
"그런데... 엄마는 무슨 꽃을 좋아하세요?" 라고 묻는겁니다.
'아항~~! 결혼기념일 선물로 꽃을 선물 하고 싶었나보구나...^^'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아빠, 엄마를 위해 꽃을 준비하려나 본데... 안 사주어도 된다"...고 이야기 했죠.
작은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들킨 것에 대해 무척 난감해 하면서
그냥 얼버무리며 자리를 떴습니다. (저도..곧, 꽃에 대해서 잊었고요)
5월 17일 아침.
작은 아이는 등 뒤로 손에 무엇을 감춘 상태로 제게 다가 왔습니다.
그리곤 쑥스러운듯한 미소와 함께 결혼기념일을 축하한다며 꽃다발을 내 밀었습니다.
오잉~ ...... 노란색 장미 꽃다발인 것은 확실한데
생화가 아니라 조화 한 다발이었습니다. 평생 시들지 않을...... 순간, 저는
'이런거 사려고 화원엘 가다니...쯧..' 속으로 생각이 들었지만,
겉으론 너무 너무 기쁜척을 하면서... 작은 아이를 깊이 안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어디 가서 어떻게 사게 되었는지를 물었습니다.
화원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친구들과 함께 동네를 뒤졌다고 했습니다.
친구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미안했기에 음료수를 사 먹이느라고 거금(?)을 썼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막상 화원에 가서는 조화 한다발을 고르게 된 것이겠지요.)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을 노란장미 한다발이었지만 차마 바로 치울 수는 없었습니다.
한동안 화장품을 넣는 바구니에 세워서 넣어 놓았습니다.
그리곤 평생 시들지 않는 꽃다발이기에 장롱속에 넣어 두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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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결혼기념일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작년의 그 꽃다발이 생각이나서 장농속을 뒤져 그 꽃다발을 꺼내어 놓았습니다.
이젠 키가 부쩍 커서 어느덧 저를 내려다 보는 작은 녀석입니다.
얼굴에 덕지덕지 여드름이 뒤 덮여 작년만치 귀여운 구석은 없지만,
노란 꽃다발을 내 보이며 씨~익 웃었던 녀석은 아직도 <정 많은 막내>임에 틀림없습니다.
며칠 전 작은 아이를 품에 안으면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엄만 형민이가 지금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아기가 태어나서 형민이보다 더 예쁘면 어쩌지?"
그러자 이 귀여운 넘이 제게 뒤통수 치는 대답을 하더군요.
"그건 당연한 거에요. 첫째보다 둘째가 예쁘고, 둘째보다 셋째가 예쁜 법이니까요."
*^^*
*형민이가 막내로 귀여움 받던 시절(오른쪽)
*형민이와 유민이(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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