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호흡

malmiama 2004. 12. 21. 09:10

사람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는
마취되었느냐, 기절했느냐, 얼었느냐 등을 논외로 했을 땐 두 가지입니다.
1. 죽었느냐? ... 2. 자고 있느냐?

죽었는가 잠들어 있는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전자는 깨어나지 못하는 거고 후자는 깨어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깨어남에 대해 확인하기 전에 죽었는가 살아있는가를 구분하는 방법은...

.....호흡이지요.  숨 쉬는 것 말입니다.

숨을 쉬고 있느냐, 숨이 멈춰 있느냐... 계속.

호흡은 생명 유지와 관련해서 필수 조건인 것입니다.
이와 같이 생명과 직결되는 귀한 <호흡>임에도 그 중요성에 비해 가볍게 다뤄집니다.
........................

필리핀의 <세부>는 스쿠버 다이빙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부터 금주 초까지 직원 17명을 인솔해서 그곳을 다녀왔습니다.

'불루워터'라는 리조트에 머물면서 휴양을 겸해 다이빙을 배웠습니다.
숨쉴 수 있는 장비 없이 잠수하는 스킨 다이빙과는 달리 스쿠버 다이빙은
스쿠버 장비를 가지고 잠수하는... 그야말로 물 속에서 물고기가 되는 것입니다.

산소통을 등에 메고 바닷속을 누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일이지요.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으므로 수영실력이 없어도 가능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익사 할 염려도 없고 모든 게 크게 잘 보이고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답니다.
어떻습니까?   등산보다도...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도 재미있고 당연히 쉽겠지요?

......라고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가볍게 참여했는데.....

아...호흡이 문제였습니다. 코가 아닌 입으로만 해야하는 호흡 말입니다.
수압 영향을 받은 상태에서 들여 마시고 내뱉는... 그것도 고르게 호흡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변비인 사람이 화장실에서 애쓰는 것만큼 괴로운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3미터씩 물 아래로 내려 갈 때마다 수압 적응을 위해 손가락으로 코를 쥐고
귀를 뚫어 줘야지요, 수경에 물이 차면 손바닥으로 수경 윗부분을 누르면서 콧바람을
불어야지요, 호흡기가 입에서 빠져나갔을 때는 얼른 다시 입에 물고 "투!"하면서
물을 교묘히 뱉어내야합니다. (연습하면서 질렸습니다.)

여기까지 숙달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막상 물 속에 들어가서 잠수를 하다가
어떤 상황 때문에 놀라거나 당황하거나 답답하거나 상처를 입었을 땐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20미터 정도 깊이라고 하더라도 바로 치솟아 물 밖으로 나와서 호흡을 하게 되면

위험천만이지요. (폐가 망가진답니다.)
.........................................

좌우간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연습을 충분히 하고 나서 잠수를 시작했습니다.

물 속은 장관이었습니다.   멋진 산호와 각종 열대어... 말미잘...
마치 동화 속의 주인공인 것 같았고, 선명한 만화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것이 느린 동작으로 다가왔고, 모든 것이 뭍에서보다는 1.5배정도 커 보였고,
먹이를 주면 겁도 없이 친숙하게 다가오는 다양한 색상과 모양의 물고기들과 놀다보니
호흡이 저절로 자연스러워 지는 것이었습니다.  가슴도 한결 편해졌습니다.

자연스러운 호흡의 요령은 호흡한다는 사실을 잊는 것이었습니다.
호흡에 이상이 없으면 그 때부터는 별세계에 들어선 새로운 창조물이 되는 것입니다.

아항~! 이래서 이 맛에 스쿠버 다이빙에 빠져드는 것이구나!

물 속이든 물 밖이든 우주 공간이든...
호흡을 한다는 것..할 수 있다는 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입니다.

살아있음은 호흡을 하는 것입니다.

호흡은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살아 있음은 자연스러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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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19.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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