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직장을 옮겼습니다.
옮긴 이유는 힘들어서가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을 자꾸 시켰기 때문입니다.
새로 영입된 전무께서 전 직원을 상대로 교육에 열을 쏟았는데, 만만한 저를
자신의 조수로 즐겨 활용하더니 급기야 교육강사로 키울 생각을 굳힌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제 직속 상관이 강력히 항의를 했는데 이로 인해 그가 불이익을 당했습니다.
저 역시 하고싶은 일이 아니었고, 사실 본 업무 자체도 싫증이 났기에 관뒀습니다.
옮겨서 아직도(^^) 다니고 있는 지금의 회사는 예전엔 무척 보수적인 회사였습니다.
입사 후 몇 개월이 지나 초여름이 되었는데...큰 모순을 발견했습니다.
출근을 하면 근무복을 따로 입었는데 날씨가 더울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더우니까 와이셔츠 바람으로 출근을 했는데 그 위에 다시 옷을 입다니, 세상에...
에어컨이 작동되었지만 그래도 더웠습니다. 너구리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꼭 입어야 한다기에 와이셔츠를 벗어버리고 런닝셔츠 바람에 근무복을 입었습니다.
과장은 우려의 기색을 보이고는 그만이었는데, 부장이 부르더군요.
"자네...사장님이 보면 뭐라 할텐데...와이셔츠 입지 그래"
모순에 대해, 근무효율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리고는
"사장님이 뭐라고 하시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라고 답하곤 그냥 버텼습니다.
며칠 후 과장이 부재중인데 사장에게 브리핑 할 일이 생겨 중역, 부장과 함께
사장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예의라 생각하고 근무복 안에 와이셔츠를 입긴 했지만
넥타이는 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브리핑 전에 넥타이를 안 매서 죄송하다 했더니
사장 왈, 넥타이를 안 매는 게 더 효율적이면 안 매도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부터 사장을 비롯, 모두들 넥타이를 안 매고 근무하는 게 보편화 되었습니다.
하루는 본부장(상무) 방엘 들어갔는데 와이셔츠를 안 입고 근무복만 입고 있었습니다.
속으로 '히히, 내 편이 한 사람 생겼구먼...'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봐, 자넨 런닝셔츠 위에 근무복을 입었지? 난 말야, 런닝셔츠도 벗었어!"
훨씬 시원하다는 한 수 높은 말씀이었습니다.
이후부턴 위는 홀딱 벗고 근무복만 입는 게 유행이 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그룹사들이 나서서 자유복장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캐쥬얼 차림에 알아서들 편하게 입고 잘들 다닙니다.
정장에 흰 와이셔츠, 점잖은 넥타이...많이 사라졌습니다. 편해졌습니다.
사람들은 편하고 자유로운 걸 좋아하면서 이를 위한 변화를 쉽게 못합니다.
그러면서... '모난 돌'이라 매도하면서... 속으론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근본적으로 옳은 <모난 돌>이 주위에 있다면....한 번 따라 해 보시죠?
*** 마우스로 그린다는 거, 되게 힘드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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