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글

생으로 앓기

malmiama 2006. 6. 4. 18:03

안녕하세요? 달팽입니다.^^
......................................

사람마다 고통을 이기는 방법이 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방법으로 대처합니다.

먼저, 같은 경험을 한 사람 중 가장 만만한 사람을 뽑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도 참았는데 내가 못견딜 이유가 없다고 세뇌를 합니다.
출산을 할 때나 치과치료를 받을 때 주로 사용했던 방법이지요.

비슷한 방법입니다만 이번엔 가장 힘들었을 사람을 대입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복막염 직전에서 맹장 수술을 한 적이 있었는데
수술 후 깨어나서 걱정하는 주위 보호자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더군요.
"예수님은 십자가 고통도 당하셨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가 생각해도 아이답지 않은 의젓한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위의 방법은 몸이 아플 때 사용하는 것이고,
마음이 아플 때는 이렇게 고통을 벗어나려 합니다. .. 오기를 부리는 것이지요.
내가 생각해도 나는 의지도 약하고 마음도 여립니다만 오기가 발동되면
웬만한 것들은 잘 참아냅니다.

한 며칠 계속 머릿속에서 맴도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었습니다.
'어떻게 지내요?' 라는 질문에 '힘들어요'라고 하면서 그러나...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잘 지내요' 라고 대답한다고 하더군요.

내가 요즘 그렇습니다. 사실 요즘 오기를 부리고 있습니다.
더 솔직히 고백하면 오기를 부렸음에도 고통이 사라지질 않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냥... 아픈 것입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하지요?
요즘 자식에게 져주기 위해서 생가슴을 앓고 있습니다.
사춘기의 한가운데 들어선 아이들을 보면서 유별난 사춘기를 보낸
나의 사춘기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했는가 봅니다.

똑 같은 상황을 맞는 남편은 매번 어쩜 그렇게 아이들을 신뢰하는지...
끊임없이 믿어주고 뭔가 좋은 점을 찾아냅니다.
고슴도치 자식사랑은 저리 가라 입니다.
이럴 땐 난 속으로 외칩니다. "자기가 무슨 하나님인가? 재수 없어!"

그러다가 곧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하나님이 내게 그러시겠지?
끊임없이 기회를 주시겠지?
육신을 입어 냄새나는 나의 모든 행실 가운데 그나마 무엇이라도
찾아내시려는 하나님의 사랑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생으로 앓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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