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글

좋은 숫자, 나쁜 숫자

malmiama 2006. 3. 26. 20:33

직원 두 명과 점심 식사를 하던 중에 한 친구가 불쑥 제게 질문을 했습니다.
'아홉수'라는 게 정말 있냐고.
이유인즉,

오랫동안 사귄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과 내년 쯤에 결혼하려고 하는데 내년이 되면
둘 다 우리나이로 스물 아홉 살이 되는 해라해서 어른들이 반대한다는 거였습니다.

올해 결혼하자니 이것저것 마땅하지 않고 서른 넘어 결혼하기엔 너무 늙었고......
스물 아홉에 결혼하면 뭐가 어떻게 되고 얼마나 재수가 없기에...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조심해야하는 '아홉수'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숫자가 젊은이를
괴롭힌다 하겠습니다. (조심.. 조심... 아홉수 29, 39, 49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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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할 때, 결혼할 때 길일을 따지는 것에 못지 않게 숫자에도 '좋음'과 '나쁨'의 의미를
부여하거나 스스로 징크스를 만드는 사람들을 살아가면서 주위에서 심심찮게 봅니다.

정말 숫자에도 좋은 숫자와 나쁜 숫자가 있을까요? .......마는,
숙명적 요인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숫자가 있긴 하겠지요.

서양 사람들은 행운의 상징으로 럭키 세븐(Lucky Seven)이라 해서 7 자를 좋아합니다.
4 자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대신 13 자를 싫어하고 금요일도 싫어합니다.

그래서 13 자와 금요일이 겹치는 '13일의 금요일'을 가장 싫어하지요.
그 유래는......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 포함 13명 중 유다가 배신했고,
못 박히신 요일이 금요일이었기 때문이라고 기억합니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1, 3, 5, 7 자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1 자는 1등이라 좋고, 3 자는 쓰러지지 않는 숫자라 해서 좋아한다지요.

(화로, 삼발이 가구)

5 자는 금성, 목성, 수성, 화성, 토성의 다섯 별을 뜻하는 오성(五星)의 5 자라 좋고,

7 자는 서양의 영향 뿐 아니라 북두칠성 같은 상징적인 일곱 별이 있어 좋아한다더군요.

그러나 4 자는 싫어합니다. 병원을 비롯해서 아파트나 고층 빌딩의 엘리베이터를 타 보면
4 자는 아예 없는 곳이 많고, 어떤 곳에는 F 자만 달랑 써놓은 곳도 있지 않습니까.
4 자를 '사'로 발음하면서 죽을 사(死)로 그 의미를 붙이기 때문인데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입니다. 그러면서,

야구에서는 왜 4번 타자에 대해 기대와 희망과 영광의 의미를 부여하는지...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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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 때문에 고민하는 그 친구는 다니는 성당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귀는 여자와 그녀의 식구들은 종교와는 거리가 멀다고 했습니다.
둘 다 직장을 다니는데 이 친구는 장남입니다. 금전적인 여유가 필요한 것 같았습니다.

답은 나왔습니다. 주욱 얘길 듣다가 명쾌하게(?) 그 답을 말해 주었습니다.

"그녀에게 전도해라... 그래서 성당에서 결혼해라...... 독립할 생각말고 부모님 모셔라!"

좋은 숫자... 나쁜 숫자...... 가 어디 있겠습니까.
<좋은 숫자를 만드는 사람>과 <나쁜 숫자를 만드는 사람>......만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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