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사람들이 무척 싫어한다는 13일의 금요일인 어제
정말 오랜만에(?) 가족간에 분노가 넘쳤던 저녁시간을 보냈습니다.
구역모임을 다녀와서 주차를 하고 있는 동안 먼저 집에 들어간 아내가
큰 아이에게 분노를 드러낸 게 첫번 째 분노의 시작이었습니다.
제가 들어섰을 땐 이미 아내의 일방적인 큰소리와 꾸짖음이 드셌습니다.
조금 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녀석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두번 째 분노를 터뜨리더군요.
엉엉 우는 소리와 벽을 치는 소리... 뭔가 집어 던지는 소리...
처음 접하는 상황인지라 걱정도 되고 한편으론 화가 나더군요. (세번 째 분노가 되겠습니다)
어떤 경우일지라도 녀석의 그런 작태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아내에게서 대충 얘길 들어보니 며칠전 녀석의 거짓말과 행동 그리고,
구역모임 마치고 아내가 집에 들어섰을 때 PC앞에 앉아 있었던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지난 번 잘못으로 쓰기로 했던 잠언을 아직도 이런 저런 이유로 다 쓰지 못했고,
실기시험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기타 연습도 게을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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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거짓에 대한 분노가 앞서 몽둥이를 찾았습니다.
집 안에 없길래(이사하면서 버렸거든요) 밖에 나가서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적당히 쓸만한 게 없더군요.
대빗자루가 있긴 했지만 부러뜨려 쓰기엔 힘도 부치고 아깝기도 했습니다.
문앞에서 녀석에게 최대한 점잖게 말했습니다... '문 열어라... 일분내에!'
오분이 되어도 열지 않길래 다시 말했습니다.(이번엔 힘을 실어 묵직하게)
'빨리 열어! 부시고 들어가게 되면 어찌되는지 알지?"
그 때 아내가 쪽지에 뭔가 써서 제게 보여줬습니다.
'당신은 도닥거려 주세요!'
순간, 왜 아무리 몽둥이를 찾고 마련하려고 해도 안되었는지를 잠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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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을 셀 동안 문을 열면 절대로 때리지 않으마 그러나, 열이 넘으면 dg게 맞는다!'
맞지 않는다...라는 말이 통했는지 조용히 문이 열렸습니다.
들어가 앉아 녀석과의 차분한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녀석의 말문이 서서히 트이기 시작하더군요.
약 30분 동안 진지한 대화가 이루어졌고요, 마무리쯤에 녀석이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엄마의 지나친(?)사랑에 대해서 이해를 한 것 같았습니다.
밖에 나가서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사왔습니다. 제가 들어서자
그동안에 녀석이 아내에게 잘못을 빌고 씻기 위해 막 화장실로 들어가더군요.
아내에게... '저 녀석이 가장 힘든 게 뭐라했는지 아슈?'
'......'
'집에 있는 시간이라고 했어...'
순간 아내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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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과를 들면서 아내와 녀석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아내에겐... 이래라 저랬냐... 참견이나 걱정을 하지 말고,
녀석에겐...이래라 저랬냐... 하기 전에 알아서 먼저 실천을 하라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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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둘째 녀석은 수련회를 다녀와서 피곤한지 사태에 상관없이
쿨쿨 잘 자고 있었고... 막둥이는 전혀 관심없이 즐겁게 뛰놀더군요.
어제는... 헤피엔딩의.........13일의 금요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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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리스트 이정민..(이름..기억해 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