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큰 아이와 둘째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방학이 시작되면 운동을 한가지씩 하거라. 아니 꼭 해야 하느니라!"
"집에서 하면요?... 전처럼 동네 한바퀴 뛰거나 일자산에 갔다오면 안될까요?"
"안 된다! 반드시 집을 나서야하고 나서더라도 조깅, 등산 같은 건 별개로 친다!"
돈 내고 배우는 수영, 스케이팅, 태권도, 유도, 헬쓰.. 같은 것만 쳐준다는 뜻이었습니다.
큰 아이는 등록한 학원도 있고, 클래식 기타 배우느라 일주일에 두 번 장거리 왕복에,
집에서도 매일 3시간 기타연습을 해야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했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활동적이게 하는 데 목적이 있었으므로 큰아이는 봐주기로 했습니다.
작은 아이에겐 집 근처에서 검도를 배우는 게 어떻겠냐고 했더니 권투를 배우겠다고 했습니다.
마을 버스 타고 몇 정거장 가더라도......
마침 소개받은 곳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제가 직접 전화를 했지요.
<문성길 복싱클럽>이었는데, 왕년의 세계 챔피온 문성길씨가 직접 전화를 받더군요.
"문성길씨 아니세요?" 목소리만 듣고도 알아보자 흐믓해 했습니다.
매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 사이에 아무 때나 연습하러 나오면 되고,
보름정도 기본기를 익힌 다음 권투 글러브를 끼게 된다고 했습니다.
손목을 보호하는 압박붕대 외에는 별도 준비물은 필요없고 가입비 없이 석달에 십오만 원.
집으로 전화해서 아내에게 자세히 설명을 하고 오후에 꼭 보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복싱클럽에 등록하고 이후 매일 두 시간 정도 복싱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재미 없고 힘들다고 투덜 투덜... (알고보니 한 달만 등록했더군요.)
집 안을 왔다갔다 하면서 하는 혼잣말...
"아~~! 정말 스트레스야..스트레스. 내 인생의 스트레스 중 95%가 권투 때문이야...."
그런데.. 안되었다기 보다는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며칠 전 큰 아이가 2박 3일 스키장에 다녀왔습니다.
보이스카웃과 누리단원 중 희망자 40명 정도가 인솔교사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굉장히 재미있었나 봅니다. 몸이 피곤하고 얼굴이 많이 그을렸음에도 또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큰 아이가 즐거운 겨울방학을 보내는데 비해 작은 아이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지요.
"정말...저엉말.. 권투장 가기 싫어요... 지옥 같아요!"
"얌마! 누가 너보고 보이스카웃이나 누리단 하지 말라고 했냐?"
"아무튼! 춥다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면 안되느니라."
주일 빼고 매일 빠짐없이 권투클럽에 가라고 하자 아내가 귀엣말로 제게 말했습니다.
"형민이 너무 힘들어해요. 토요일만이라도 쉬게 해야될 것 같아요"
권투 배운다고 굼뜨는 동작과 힘없는 눈초리가 갑자기 달라지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왔다갔다 하면서 건강하게, 건전하게 자라는데는 도움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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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형민이에게 하고픈 말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스트레스> 배우지 말고... 원, 투 <스트레이트>를 열심히 배우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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