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사주팔자 그리고, 손금

malmiama 2005. 7. 9. 20:18

살아오면서 불신하는 게 있습니다. 
풍수지리, 토정비결, 점, 굿, 손금, 성명학, 인장운세, 각종 징크스.....등등.

종합해서 온갖 미신.
관상은 어느 정도는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인상> 범위 내에서입니다.
3회에 걸쳐 실제로 체험한 내용들을 곁들여 풀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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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주팔자, 그리고 손금

사주팔자(四柱八子)란 태어난 연,월,일,시의 네 간지(干支)로 분석해서 나타낸
사람의 평생운수를 말합니다.
나쁜 운수인데 좋게 바뀌게 되면 <~팔자 고쳤다>라고 하는 거 보면 이미,
그 정확성에 대한 의심을 가져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동생의 책상에 펼쳐진 일기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형을 용서하자.. 어차피 오래 살기 힘들다고 엄마가 그랬지 않은가.....>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아마 내게 혼나고 나서 썼던 일기였나 봅니다. 곧바로 어머니께 가서 따졌습니다.
.......... 용한 사주쟁이가 내 팔자가 서른 살을 넘기기 힘들다고 했고,
아홉수에 결혼하면 반드시 그 해에 죽는다고 했답니다.
부적 붙이고, 갖고 다니면 살 수 있는 비법도 있다고 했지만 그리하진 않았답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모두 독실한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만, 어머니는

6.25 난리를 겪으면서 신앙과는 거리가 생긴 분으로 막연한 믿음 정도였습니다.

(두려워 했다함이 정확)...그렇다고, 점쟁이를 신봉하는 분은 아니었는데,
아마 동생이 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니까 무심코 그 얘기를 해주며 달랬나 봅니다.
무척 부자로 살았던 시절 사이비 점쟁이가 어머니에게 접근을 해서 내놨던 거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 스물 아홉에 결혼했습니다. 아직 멀쩡하게 잘 살아 있습니다.

꽤 오래 전에 처가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큰 피해는 없었지만 집안을 다 뒤져 놓는 바람에 엉망이 되었습니다.
정돈 중에 딸이 태어났을 때 용하다는 사람에게서 받은 사주팔자가 발견되었습니다.
(장인 친구 분께서 선물했다고 하더군요.) 기가막힌 예언이 있었는데
저 같은 생년 월을 갖고 있는 자와 결혼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딸은 지금 그 <안 된다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군대 훈련과정에서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식사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군기를 잡기 위해 30초만에 먹어라... 오늘은 특별히 1분을 주겠다...
그 시간이 넘으면 무조건 잔반통에 버려야 했는데, 배고픈 동료들은
잔반통에 버리기 위해 줄선 상태에서 먹다 구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안 먹고 말지...라는 생각으로 물만 먹고 버텼는데...(PX도 출입금지였지요),
며칠 뒤 각개 훈련장에선 드디어 하늘이 노랗게 보였습니다.

쉬는 시간에 훈련조교가 다가와 축 처져 있는 제게 어디 아프냐고 물었을 때,
무심코..... 영감이 떠올라 그렇다고 했습니다.
조금 대화를 나누다 손금을 봐주게 되었는데,
심리전을 펼치며 어찌하다 보니 조교 스스로 세뇌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집안에 우환이 있군요....아니, 없는데?....잘 생각해 보세요, 아버지 쪽인데요......
음, 그러고 보니 큰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서........지금 암에 걸리셨죠?....
아닌데..아프신 거는 같은데...글쎄..............그래도 한 번 알아보세요...
그건 그렇고 조교님 손금을 보니까 오래 사시겠네요....^^.....
그런데 30세쯤 고비가 있을 거에요....뜨끔.... 왜?.........
교통사고 인 것 같네요, 조심하면 피할 수도 있겠죠 뭐.....그리고,
여기 이 선이 바로 감정선이고 요게 생명선인데,
조금 떨어져 있는 거 보니까...
좋게 말해서 용감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범죄자가 될 운명이네요....
...뭐라구?..........저보고 뭐라 하지 마세요...손금이 그렇단 얘깁니다.......
야, 그건 그렇고 결혼은 언제 할 것 같냐?......
내년에 좋은 여자 만나서 2년쯤 뒤...아이는 여자 애 하나, 그 다음 남자애 하나...
둘이네요...여기 보세요, 주먹 쥐면 주름이 두 개 나타나잖아요?
............................. 뭐 이런 식이었습니다.
우연히 몇 가지 예언한 게 들어맞는 바람에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나는 재미로 했는데...상대방은 점점 빠져들었습니다.
나중엔 잘 모른다고 해도 막무가내였습니다. 오히려 더 신뢰하더군요.
사이비가 이런 거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다 스스로 능력 있다고 착각하는 거죠.

아무튼 훈련기간 내내 조교들 심지어 중대장까지도 손금을 봐줬고....
친해지면서 기타도 가르쳐 주면서... 훈련도 수시로 열외에
어떤 날은 취침점호 시간인데도 행정병 내무반에서 놀기도 했습니다.
물론 ....배고픔도 면하게 되었습니다. 
죄는 지었지만 좋은 경험이었지요.

이후로 그렇게.. 끝까지 속이는 장난을 하지는 않았지만 가끔,
허구를 밝히기 위해 시범을 보이는 경우는 있습니다.

예고 : (2) 묘자리에 왜 연연하는가? (3) 성명학, 인장운세, 징크스의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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