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에 관해 할 말이 많습니다. (오늘은 아이들 목욕에 대해)
때를 벗기기 위한 목욕을 좋아하는 아이를 여지껏 본 적이
없습니다.
대중 목욕탕에 가보면 아이들은 요리조리 피해가며 때 벗김을 거부하고,
실랑이를 벌이거나 붙잡혀서 고통을 호소하며 징징거리는
게 흔한 장면입니다.
아이들이 목욕을 하기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때를 밀어 깨끗해진다는 생각보다는 피부가
벗겨진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부모 입장에선 묵은 때를 밀어내는 거고, 아이 입장에선 피부를 깎아
내는 겁니다.
아픔을 겪은 아이는 목욕에 대해 공포감을 갖기 마련입니다.
벗긴다음 뜨거운 물에 강제로 다시 담궈진
경험이 있는 아이는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선 엄마나 아빠를 따라 목욕탕에 가는 건
곧,
물고문과 대패고문을 받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
어른이 되고픈 이유 중 하나가 물고문과 대패고문 없는 세상이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되어 고통 없는 삶을
누리겠다는 소망.... 그리고 이 다음 나는 결코 내 아이에게
목욕을 강요하거나 씻기더라도 절대로 아픔을 주지는 않으리라 다짐 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어른이 되기
전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그런 자유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샤워와 비누칠은 하되, 이태리 타올 같은 건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결혼해서 언제부터인가 이불 개는 것과 아이들을 씻기는 건 내 몫이 되었습니다.
일년에 몇 번은
가족 모두 온천이나 대중 목욕탕엘 가는데, 사내아이들이기 때문에
당연하듯... 내가 맡아 책임지고 깨끗한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입구에서 표를 산 다음 아내와 헤어집니다. 아내가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아이들을 심하게 다루지 않으려 하지만 그게
어디 생각처럼 가능하겠습니까?
뜨거운 물을 싫어하고, 괴로운 표정이 역력한 녀석들을 상대 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어릴 적 결심사항을 지키려고 비교적 신사적으로 아이들을 대하지만,
한 시간 이상 중노동을 한다는 건 정말
힘들어 진빠지는 일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도 편합니다.
큰 녀석은 알아서 평소 잘 씻을 뿐만
아니라 이제 내 등을 밀어주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오로지 작은 녀석만 뜨거운 물에 푹 담갔다가 익으면
꺼내서
요리......아니, 잘 벗기면 되므로 무척 수월해 진 것입니다.
평소 잘 씻으면 날을 잡아 묵은 때 벗기느라 애쓰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평소 열심기도로 매일 거듭나면 죄가 두텁게
쌓이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