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느의 작은 텃밭

주 안에 있는 나에게...

malmiama 2004. 12. 25. 00:26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한지 4주가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우유만 먹으면 보채지도 않고 두 세시간씩 잘 자주던 아이가
요즘은 우유를 먹은 후에도 곧바로 자지 않고
눕혀 놓으면 안아달라 빽빽 울어 대고,
잠도 전처럼 오래 자질 않고 금방 깨버리곤 합니다.
다행히 밤시간부터 새벽까지는 많이 깨지않고 꽤 오래 자긴 하지요.

 

조금씩 아이 보기가 힘들어 지려는 찰나,
가뜩이나 오십견때문에 오른쪽 팔을 잘 못쓰시는 어머니께서
어제 갑자기 차사고를 당하셨습니다.
크게 다치진 않으시고 복숭아뼈에 금이 조금 가셨다는데
몇 주 입원하셔야 한답니다.

예순 다되신 노인이라 회복도 더딜 것이고
오른쪽 팔이 아파서 많이 고생하시는데 이제 다리도 제대로 쓸 수 없게 되셔서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당장 제게는 두 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점점 보채기 시작하는 아이를 혼자 감당해야 하는데다가
친정 살림까지 봐줘야 하게 생겼지요.
다행히 언니 직장이 친정에서 가깝고 초등학생인 조카가 곧 방학을 하면
친정에서 출,퇴근하겠다고 걱정말라지만
시댁 어른을 모시는 언니가 얼마나 그렇게 있을 수 있을지도 걱정입니다.

 

두번째는 1월말이면 출산휴가가 끝나는데
아무래도 그때까지 어머니의 다친 발이 완전히 낫지 않을것 같고
그렇게 되면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고민입니다.
엄마는 억지로라도 봐주려 하시겠지만
아픈 오른팔로 아이를 봐주시는것도 걱정스럽고 죄송한 마당에
사고까지 당하셨으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제밤에는 엄마가 안계신 방에서 혼자 아이를 우유 먹이는데
엄마의 이부자리가 펼쳐져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외롭고 서글픈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다친 엄마를 뵈러 병원에도 못가보고...

저도 이제 엄마가 되었는데도 엄마가 보고싶어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성탄 전야의 밤,
땀을 뻘뻘 흘리며 빽빽 울어대는 아이를 간신히 달래놓고
혼자 찬송가를 펼쳐놓고 목청껏 찬송을 했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찬송가부터 성탄절에 자주 부르는 찬송까지..

찬양을 드리다 보니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도 가시고
찬송 가사대로 모든 걸 주님께 맡기기로 했습니다.

 

'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자꾸 머릿속을 맴도는 고민 거리를 떨쳐버리고

'주님을 찬송하면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찬양만 드려야 겠다고
이밤에 다시 한 번 마음과 생각을 다잡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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