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느..입니다. ^^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중학교 다닐 무렵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여름엔가 더위를 달래려 얼음을 씹어먹다가
그 오드득 씹히는 맛에 중독이 되고 말았습니다.
네모난 얼음곽에 얼린 얼음을 먹는것 만으로는 재미가 없어서
제가 얼음 모양을 개발해서 먹기도 했지요.
동그랗고 납작한 스테인레스 그릇에 보리차를 약간 부어
1센치 정도의 두께로 얼음을 얼립니다.
얼음이 얼은 그릇에 물을 살짝 부어 휘휘 돌리면
동그랗고 넓적한 얼음이 살짝 떼어지지요.
모양과 크기는 작은 뻥튀기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걸 두 손으로 잡고 와자작 씹어 먹을때 느껴지는 쾌감이란..
먹어본 사람만이 알지요.
식구들은 저의 이 희한한 먹거리에 황당해 했고,
친할머니께서는 무엇보다 제 이빨을 걱정하셨습니다.
신기하게도 거의 매일 그렇게 얼음을 먹는데도 제 이빨은 아무 이상이 없더군요.
고등학교때부터 저와 절친한 친구 한 명은
제가 얼음을 너무 좋아하는 걸 지금까지도 신기해합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음료수 같은걸 먹으면
제 컵에 담긴 얼음뿐 아니라 친구 컵에 담긴 얼음까지 모두 제 차지였지요.
제 음료는 친구에게 덜어주고요.
보통 사람들은 패스트푸드점 직원이 음료에 얼음을 너무 많이 넣어주면 화를 내지만,
반대로 전 행복해 했습니다.
이 친구는 요즘도 절 만나면 알아서 자기 컵에 담긴 얼음을 제게 건네줍니다.
그러다 성인이 된 이후 어느 순간부터 얼음 중독에서 서서히 멀어졌습니다.
여전히 얼음을 좋아했지만, 예전에 비해서 먹는 양도 줄었고, 먹는 날도 줄어들었죠.
그러다.. 요즘 다시 얼음 중독이 되었습니다.
임신을 하고 나서 생수를 전혀 입에 댈 수 없어서
한창 입덧이 심할때는 거의 우유를 먹고 살았고,
입덧이 끝난 지금도 이상하게 맹물은 먹을 수 가 없어 보리차를 끓여 마시고 있지요.
회사에선 보리차를 끓여 마실 수 가 없어서
갈증이 날때마다 얼린 얼음을 조금씩 씹어 먹었습니다.
생수로 얼렸어도 그냥 마시는 것보단 얼음으로 먹으면
얼음을 씹는 쾌감때문에 속이 미슥거리는게 덜했거든요.
그러다 다시 얼음 중독이 되고 말았습니다.
요즘은 작은물병에 보리차를 담아와서 얼음과 함께 먹습니다. ^^
매일 얼음을 먹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인데,
하루종일 얼린 얼음을 서른개도 넘게 먹는것 같습니다.
찬것을 너무 많이 먹으면 양수가 차가워진단 말도 들어봤지만..
마치 마약에라도 중독된 것처럼
기분이 안좋을때에도 얼음만 씹어먹었다 하면,
모든 스트레스가 좍좍 풀리는 기분입니다. ^^;;
저희집 냉장고에는 보리차로 얼린 얼음이 항상 준비되어 있습니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후식으로 항상 이 보리차 얼음을 먹어야 하거든요.
회사 동료들도 하루종일 오드득 거리는 저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집에선 남편 역시 제가 얼음을 먹을때마다 경이로운 눈으로 쳐다보며
얼음같은 여자.. 라고 중얼거립니다. ^^
이렇게 차가운 얼음을 매일 먹어서
요즘 제 믿음도 좀 차가워진건 아닌지... 고민 중입니다. ^^
얼음 때문은 아니겠죠?
'잔느의 작은 텃밭'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방 끝날거야 (0) | 2004.12.30 |
---|---|
주 안에 있는 나에게... (0) | 2004.12.25 |
'새빛'이 태어나던 날 (0) | 2004.12.09 |
얼음중독에 관한 짧은 보고 (0) | 2004.10.18 |
잔느의 작은 텃밭은.. (0) | 2004.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