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목욕탕 이야기

malmiama 2004. 9. 30. 16:56

남탕, 여탕이라 하면 탕 종류이긴 하지만 설렁탕이나 곰탕처럼 음식종류가 아님은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시겠지요.  배경은 시중의 대중 목욕탕이 되겠습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일지라도 가끔은 대중 목욕탕엘 갑니다.
요즘엔 때 빼고 광내기 위함 보다는 쉼을 위해 찾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목욕탕이라는 말보다는 사우나 또는 무슨 온천이라는 간판을 내 걸기도 하고,

'휴게텔', '고추 잠자리'와 같은 수면을 주목적으로 한 목욕탕도 쉽게 볼 수 있지요.


노래방, PC방의 인기에 편승한 찜질방이나 불가마솥도 있습니다.  남여공용에

목욕도 할 수 있습니다만 처음 생겼을 땐, 여자들만 들어 갈 수 있었던 곳이지요.

우리나라 목욕문화가 워낙 빠르게... 발달하다보니 오히려, 다양한 목욕문화의

원조격인 일본에서 <목욕하러 한국에 원정 온다>고도 합니다.

제법 시설이 괜찮다는 대중 목욕탕엘 가보면 별의 별 희한한 게 많습니다.

단순히 한증막 수준이 아니라 옥, 황토, 참숯, 한방.. 최근엔 이 수준을 넘어서

자수정 사우나도 등장했더군요.  좀 있으면 미역/ 다시마 사우나,

다이야몬드 사우나도 생기고 엽기적인... 선지 사우나, 사골 사우나,

요오드액 사우나... 활명수 사우나... 박카스 사우나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들어가보면 탕도 가지가지입니다.

예전엔 기껏해야 온탕, 열탕, 냉탕이었는데 요즘엔... 약탕, 이온탕, 폭포수탕,

거품탕, 무슨무슨 나무탕 등... 설명없이 무심코 들어가기엔 <두렵고 떨리는...>

탕도 많이 생겼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생긴지 얼마 안된 500평 규모의 목욕탕엘 갔었습니다.
집 근처가 아니라 다니는 회사 근처입니다. 

큰 녀석을 제외한 아내와 작은 녀석...이렇게 셋이 예배 끝난 후 찾아갔습니다.
공휴일이지만 화요일이기에 문을 열었으리라는 확신을 갖고 방문했습니다.
다행히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성업 중이었습니다.

남탕과 여탕 사이에 <불가마솥 방>이 있었는데 그곳은, 매점과 휴게실, 마사지실

등도 함께 있는 제법 큰 공간이었습니다. 남녀 공용이므로 각각 목욕을 하다가

만나서 함께 있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준비된 얇은 셔츠와 반바지를 입어야 입장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므로 그다지

민망스럽진 않을 것 같았습니다만......
남녀 공용의 그 공간에는 돔 모양의 불가마솥 방이 두 개 있었습니다.

안에 들어가 보니 벽면이 황토였고 다른 하나는 벽면이 자수정이었습니다.

외관은 얼음으로 만든 에스키모인들의 집 <이글루>를 연상하면 되겠습니다마는,

겉과 달리 내부는 후끈 후끈 숨이 막히고 뜨거운... 그야말로 불가마솥이었는데,

아무리 한정된 공간이라 하지만 지나치게 자리다툼이 치열했습니다.

옆 사람이 일어나면 앉아있던 사람이 얼른 눕기도 하고 어떤 아줌마는 큰 소리로

<자리 생겼다!>며 남편을 부르기도 합니다. (한 손으로 자리를 <찜>한 채.)

 

와중에 일부 젊은 남녀는 거의 꼭 껴안은채 땀 흘리며 극기훈련 중이었고,

눈 감고 가부좌한 상태에서 도인처럼 꿈쩍않는 할아버지도 볼수 있었습니다.

땀 빼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고 애쓰는 모습...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보아도 양보나 배려같은 건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종종 예의없는 민망스런 장면들이 노출 되었는데......

좌우간, 젊은이가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거나 노인이 젊은이에 비해 여유있거나

한 정상적인 장면은 도무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반팔 셔츠와 반바지를 입었지만 땀에 젖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볼 만하다고요? 그런 사람 몇 안됩니다. ^^)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봐서 아내가 그곳에 오기로 했고 이왕 들어왔는데 그냥

나갈 수도 없고 해서 작은 녀석과 들어가 비비고 앉긴 했습니다.
그러나 곧 꼴불견과 민망스러운 장면들을 보고 있자니 버티기 힘들었지요.

다시 밖에 나가서 빈둥대다가 더이상 아내가 올 기미가 보이질 않아 남탕으로

돌아와서 땀을 씻고 나왔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불가마솥...결코 갈만한 곳이 아닙니다.

먹는 문화... 목욕문화...여관문화의 발달은 말세의 한 징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

 

그 날 목욕한 것은 잘 한 겁니다.
이틀 후 교통사고를 당하고는 약 3개월 동안 목욕다운 목욕...... 할수도 없었고,
아무리 하고 싶어도 못했다는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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