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아롱이, 다롱이

malmiama 2002. 9. 8. 21:55

한 공장의 같은 라인에서 나온 제품은 모양과 품질이 모두 같습니다.
생산개념만 염두에 두면 부모를 공장에, 자식들을 제품에 대입해도 큰 무리는 아니겠지요?

하기야 인간은 생명체로써 육체외에도 지능과 기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럿을 생산하더라도 <밖>은 몰라도 <안>마저 같은 자식이 태어나진 않겠습니다.
그래도, 생김새를 포함해서 얼추 부와 모를 닮는 것이 보편적인 사실이긴 합니다.

모든 부모는 설령 개천이라해도 용이 나오길 바랍니다. (개천인 건 부인하겠지만 ^^)
아무튼 부와 모의 장점만 닮아서 태어나거나, 적어도 섞여서 중간치는 나오길 기대합니다.

그런데, 생김새를 포함해서 지능과 기질이 부모의 안 좋은 쪽을 많이 닮거나
최악의 경우 부와 모의 단점만 닮으니까 속상해하게 됩니다.
물론 바램대로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

우리집 세 아이는 생김새는 대충 부와 모를 닮았습니다.
그 중 유민이는 엄마와 아빠의 괜찮은 이목구비만 빼어 닮았기에 매우 예쁩니다. ㅋㅋ

귀여운 우리 집 공주 유민이는 아직 대상이 아니므로 맏이와 둘째녀석을 놓고 이야기 하겠습니다.
......................................

큰 아이 정민이와 둘째 아이 형민이는 분명 한 공장...아니^^
한 부모에게서 태어났음에도 어쩌면 그렇게도 다른지요.

생김새는 차치하더라도 성격과 각종 습관 그리고 식성까지도 거의 정반대입니다.

후딱 해치우되 의존도가 높은 정민이에 비해 형민이는 느긋하되 자립도가 높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일찍 학교에 가는 정민이를 보다가 최대한 미적 미적거리는
형민일 보면 답답하기 한량없습니다.

그런데, 프린터세팅, 디지털카메라 연결 등 뭘 연구하면서 해결하는 건 형민입니다.
정민이는 엄두자체를 안내는 녀석입니다. 게임은 잘하지만.

게임 얘기가 나왔으니까... 삼국지 게임을 해도 잘하는 건 정민이지만
이것 저것 외우기와 각종 게임요령은 형민이가 앞섭니다.
성적은 같은 학년 때 기준으로 정민이가 앞섭니다만 형민인 상승그래프입니다.

설거지나 청소는 하기싫어하는 정민이가 했다하면 깔끔하고 형민이는 대충입니다.
정민이는 스스로 때빼고 광내는 데 신경을 많이 쓰지만 형민이는 잘 씻지도 않습니다.

먹는 얘길 좀 하죠.

정민이는 식욕부진 수준으로 깔짝 깔짝 거리는 스타일이고, 형민이는 잘 챙겨 먹습니다.
어떤 때는 얄미울 정도로 먹거리에 대해서 만큼은 놀라운 기억력을 발휘합니다.
식성도 정 반대입니다. 닭을 먹을 때 정민이는 껍질을 좋아하고 형민이는 살을 좋아합니다.
정민이는 야채를 싫어하고 형민이는 야채를 잘 먹습니다.
식빵을 먹을 때 정민이는 구워먹고 형민이는 항상 생으로 먹습니다.

선호하는 음식과 관련한 차이는 무궁무진합니다.
정민이는 갈비살, 형민이는 삽겹살... 정민이는 프랑크소세지, 형민이는 스팸...
정민이가 비빔냉면 시킬 때 형민이는 물냉면... 국수도 마찬가지로 비빔 : 물...
오랜만에 뭐 먹을래? 뭐 시켜줄까?... 하면 정민이는 치킨, 형민이는 피자... 그만하죠. ^^

시험 때 정민이는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스타일이지만 형민이는 역시 느긋합니다.
정민이는 엄마에게 이것 저것 숨김없이 얘기하지만 형민이는 묵묵부답형입니다.

유민이를 돌보는 건 형민이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정작 유민이는 정민이를 보고 웃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정민이, 형민이 스스로도 반대성향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민이는 숨김이 없지만 가족에 한해서이고, 형민이는 게으른듯 싶지만 학교에서는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얼핏 정민이는 이기적 성향에 예민, 세밀하고 형민이는 자발적 성향에 둔감, 여유인 것 같지만
정작 예민하게 감정 잘 상해서 삐치거나, 세밀하게 기억하는 건 형민입니다.

딱이.. 어떤 성격이다!.. 라고 단정짓기 힘든 녀석들이라 하겠습니다마는
좌우간 둘은...... 이래저래 이것저것 반대 성향입니다.
두 녀석을 뭉뚱그려 아내가 이렇게 표현하더군요. ...... <쟈들은 아롱이, 다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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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칼럼은 공동 운영자인 달팽이의 글입니다. 실질적으로는...
... 정확히 말해서 달팽이의 생각을 듣고 너구리가 대필해 준 겁니다. 어쩝니까. 같이 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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