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나이 든다는 것

malmiama 2004. 7. 24. 15:03

제가 좋아하는 권사님이 계십니다.  늘 밝고 고운모습이 보기 좋은 분이십니다.  

제가 입원해 있을 때 처음 만난 분으로 올해부터 함께 섬기는 개척 교회에서 매주 뵙습니다.

 

자녀들은 친근감이 넘치는데 반해 남편은 과묵한 인상으로 인사도 잘  안받았습니다.

남편은 전형적인 선데이 크리스천이었습니다. 

 

천사같은 권사님이 암 투병 중이란 것을 3월쯤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투병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는데......  

방사선치료와 수술이 잦아지면서 쇠약함과 힘듦이 완연히 보였습니다.   

권사님은 찬양을 부를 때나 손을 맞잡고 합심기도를 해드릴 때만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이 분은 꾸미지 않은 상태로도 젊어 보이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투병 중에도 큰 변화가 없어 보였습니다.

화장발에 의지 하지 않았던 분이니까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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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이 먹길 싫어합니다.   

늙기를 꺼려한다는 증거로 요즘 주름을 편다는 소위, '회춘시술'과 노쇠한 피부에 탄력을 준다는

'홀몬주사',  여러 가지 다양한 먹거리로 행하는 피부 맛사지가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먹거리..는 좀 너무했습니다.  북한 동포를 생각해야지요)

 

외모를 위한 투자를 하지는 않더라도 어르신들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 종종 접합니다.
"몸은 비록 늙었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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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세월에 비례해서 몸과 마음이 동시에 나이를 먹어야 합니다.

마음이 나이 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면 포용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수용할 수 없었던 이웃을 수용하고 그 결과로,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더 인자한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감에도 여전히 청춘의 마음을 견지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인간은 나이가 적을수록 자기 중심적입니다. (어린이는 자기밖에 모르죠)
환갑인 사람이 십대의 마음으로 살겠다는 건 여전히 자기중심적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살겠다는 뜻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나이가 들어도 존경받는 어른이 되기는커녕 유치하고 추한 노인이 될 뿐입니다. 

외모와 상관없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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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사님의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가 매우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치료과정에서 최근 몇개월 동안 그 분의 과묵한 남편께서는 눈에 띄게 밝아지셨습니다.

(인사도 잘받고 잘하고...악수도 먼저하고...^^)

 

그리고...엊그제 검사결과 암세포가 깨끗하게 없어졌다는 정말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주님의 도구로 쓰임 받을 분이잖아요, 꼭 치유해 주세요'라는 기도를 들어 주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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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밖에서 나이 드는 것은 안타깝고, 절망스러운 일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주님 안에서 나이 들어가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감기, 암에 걸리더라도)

그것은 여유로움 속에서 자유와 평안을 누리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젊음... 좋습니다.  저 역시 젊게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외모가 아니라 <육체적인 건강>과 <창의적인 사고능력>면에서 그렇습니다.

세월에 비례해서 곱게, 인자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늙고 싶습니다.

꾸미고 다듬어 젊게 보이려고 애쓰는 것엔 의미를 두고 싶지 않습니다.
(남들이 젊게 봐주는 것은 <정당하게 기분 좋은 일>이긴 합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좀더 그리스도인으로서 경륜이 깊어지길 소망합니다.
세상의 유혹으로부터 자유함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평강을 누리는 경륜이 깊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