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글

축복의 통로

malmiama 2006. 4. 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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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6.9. 아내가 올렸던 글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으신다면


유민이 때문에 웃고 유민이 때문에 울고 유민이 때문에 열 받고
유민이 때문에 피곤하고... 하여간 그렇게 지냅니다.

입술로 방귀소리 내려고 부~부~ 거릴 때면(요즘 방귀대장 뿡뿡이를 보고 있거든요)
납작한 콧구멍이 커지고 얼굴이 벌개지니 그 모습보고 웃고,

내 눈앞에서 다리미에 데었을 때 속상해서 울고, 불 끄고 재워보려고 같이 누워있는데
잠이 안 와서 뒤척이던 유민이가 그 돌덩이 같은 머리통으로 내 광대뼈를 받을 때 열 받고,

밖으로 나가자고 보채는 유민이를 데리고 동네를 누비고 다니다 보면 피곤하고...
그러다가도 이 모든 것이 잘 자라 준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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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게되자 저녁 늦게 까지 혼자 집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래서 새로운 직장을 구해 오랫동안 다닐 마음먹고서 연수를 들어갔을 때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 생명이 생겼다는 기쁨보다는 난감함이 더 많았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7개월까지 임신한 사실을 숨기고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배불러 오는 것을 막으려고 복대를 한 상태로 노상 시간에 쫓겨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니길 예사로 했었지요.

배가 제법 불러왔을 때 자주 들르는 앤님의 칼럼에서 친구의 조카에게 찬양을
불러주었다는 내용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이 작은 생명은 늘 꿈틀거리며
자신의 존재를 알려오는데 몸을 너무 혹사했다는 생각과 함께 아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죄스러움이 몰려 왔습니다.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아주 먼 옛날 하늘에서는 당신을 향한 계획 있었죠....'란 찬양을
눈물을 펑펑 쏟으며 같이 부르면서 뱃속의 아이에게 고백을 했습니다.
'아가야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널 너무 사랑해...' 라고.

그 후로 그 찬양을 매일 수도 없이 불러주었는데 그 때 마다 왜 그리 눈물이 흐르던지...
그 찬양은 진통하며 세우던 밤 내내 아이를 향해 불러주었습니다.
(출산한 후로는 더 이상 울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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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민이의 생일을 맞아서 1년을 어떻게 보냈는가를 생각 해 보았습니다.
아이를 얻었을 때 만큼이나 감격스러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왜 막내들이 더 사랑스러운가 하면...
부모와 함께 할 시간이 가장 적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요즘 힘들지만... 귀엽고 예쁘고 그리고 행복합니다.
아직은 모든 것이 다 사랑스러운 때이기에 이런 생각이 드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한 일 중에 가장 잘 한 일은 유민이를 낳은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떤 전도사님의 말씀중
'내가 아이의 축복의 통로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아이가 나의 축복의 통로이더라!'
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분명 유민이는 나의 축복의 통로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유민이를 더욱 축복 할 것입니다.
그를 위한 좋은 그림도 그려줄 것입니다.

그래서... 천국에 가서 하나님께 자신 있게 말씀드렸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 하나님이 주신 저 딸을 열심히 키웠어요. 그 아이가 행복해 합니다.
저 참 잘했지요?" 라고요.



돌 때 찍은 겁니다.

 
 
3년 만에 이렇게 변했습니다.^^

 

 

오늘,아내와 유민이는 무창포 쭈구미 축제에 간 김에  안면도를 거쳐 왔답니다.

대학 동기동창 봄나들이...남편들은 자격이 없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