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구역장 한 번 해보시죠?

malmiama 2001. 6. 24. 00:05
돌이켜 보면 3년 전 구역장을 맡았을 때 암담했습니다.
항상 투덜대다 하나님께서 '그럼 네가 해봐~!'한 때문이죠.
'그래, 이왕 하게된 것 열심히 제대로 해 볼껴!'

금요일 새벽 6시부터 7시까지 목사님으로부터 학습을 받고
저녁 8시부터 구역성경공부를 인도함에 있어, 남보다 배는 노력을 했지요.
녹음기까지 동원하고, 회사에 와서도 근무시간 전까지 성경 찾아가며 외우고...
(목사님 말씀을 그대로, 제대로 더 보태서(?) 전하면 완벽하리라 생각했던 거죠)

당시 우리구역은 대단했습니다.
개척공신 부부를 비롯해서 신학교에 다녔던 분, 다니는 분...
성경 지식을 포함해서 여러모로 저와 같은 사람은 쨉이 안되었던 거죠.
구역식구 중에 나이도 우리부부가 가장 어렸습니다.
다행히 귀여움과 사랑을 받는 입장이긴 했지만 무척 힘들었습니다.

늘 만족보다는 불만족한 구역장. 진이 다 빠진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집에 돌아오면 아내가 여러 가지를 조심스레 지적했습니다.
특히 자신의 주장이나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젠장!)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도무지 성령 충만한 분위기가 되질 않았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좌절하지 않고 구역장 임무를 수행하던 중,

하루는 깜박 늦잠을 자는 바람에 새벽학습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헐레벌떡 교회에 갔지만 이미 다 끝나고 교재만 받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날따라 이상하게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그야말로,
백지 상태에서 저녁에 구역성경공부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하나님께 맡기는 기도를 할 수밖에.
'난 몰라요...하나님 알아서 하세요...난, 책임 없어요'
'.................'
그런데 그 날...너무 좋았습니다. 성령 충만했습니다.
찬양을 통해서 구역식구 모두 한마음 한뜻이 되었고,
저는 사회만 보고 구역식구들이 교재를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얘기하면서,
때로는 사적인 간증도 하면서 2시간이 후딱 지나갔습니다.

이후로 저는 랍비가 아닌 사회자로서의 구역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말을 많이 하고 가르치기보다는 구역식구 한 사람 한 사람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이끌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시작 전에 찬양을 통해 하나님께 신고(?)하고 모두들 마음을 열었습니다.

이제 저와 구역식구 모두 긴장감은 없어지고 은혜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많이 모이는 날은 스무 명이 넘었고, 집안에 열기가 가득했습니다.
구역식구가 점점 늘어 그 다음해에는 2개 구역이 되었고 올해 또다시
합쳐서 3개 구역으로 나뉘었습니다.
작년 한 해를 쉬고 올해 또다시 구역장을 맡게 되었는데...

구역장을 하게 되면...
1. 금요일 저녁 각종 세상 모임에 참석 못하게 되고,
2. 목요일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하고, 때문에
3. 수요일 저녁 일찍 귀가해서 일찍 취침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성경을 더 보게되고, 기도도 더 하게되고...
건강도 좋아지고 (최소한 더 나빠지진 않고...)
다른 쓸데없는 시간을 줄이게 되고, 돈도 덜 쓰게 되고...
더 바쁘게 되고, 남들처럼 들로 산으로...즐기지도 못하고,
그런데...기쁨과 행복은 더 많아집니다.

하나님께서는 게으르고 교만한 저를 사랑하셨습니다.
섬김을 통한 겸손과 지혜, 그리스도의 향기를 주셨습니다.
깨닫게 하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에 강제로 상황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지나보면 확연한 하나님의 계획...저는 예정론임을 분명 믿습니다.

구역장 한 번 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