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miama 2001. 3. 7. 17:08
정리정돈 뿐 아니라 일과 관련해서도 발동이 잘 안걸리는 접니다.
중요하거나 시급한 일이 아니면 막판에 가서야 움직이는 습성이지요.
아이들 방학동안에 거실과 부엌의 <벽과 천장>을 새 단장하기로 했었는데,
어느날 저녁. 집에 들어서자 갑자기 일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거실의 벽과 천장을 단장해 놓은 것입니다.
벽은 노랗고, 천장은 퍼렇고... 벽지용 수성 페인트로.
제가 원했던 색상이긴 했지만 얼룩때문에 썩 맘에 들지 않았고,
그 날따라 심신이 피곤했기에 노고에 대한 제 반응이 시큰둥했나 봅니다.
삐친 아내는 그 후로 나머지 부엌의 벽과 천장을 칠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도 모른척하고 나서질 않았지요.
<자신이 벌인 일은 자신이 해야지>하는 내심 비겁한 합리화였습니다.

2~3주가 지난 후 방학이 끝날 때쯤 아내와 아이들이 부엌을 마저 칠하더군요.
곧 저희 집에서 구역성경공부가 있을텐데 거실과 부엌의 색상이 따로따로이니
그대로 두면 얼마나 우습겠습니까? (저야 참을 수 있지만 아내는...)
그래도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독하지요?)
그런데 다 칠해놓고 보니까 그런대로 전보다는 좋아 보였습니다.

3월 1일 공휴일에 아내가 전직장 후배 결혼식에 간 사이, 열심히 일했습니다.
약 1시간 반동안 쓸고 닦고 (구석구석)...땀을 뻘뻘 흘리면서
아이들의 성의없는 협조를 받아가며, 열심히 열심히 청소를 했습니다.
집에 돌아 온 아내가 만족해 하는 눈치였습니다.
<어떤가?>라는 엎드려 절받기식 제 질문에 격려와 칭찬도 했습니다.
모른척하면서 삐치게 한 저에 비해 아내는 부드럽고 자상했습니다.

반성을 했습니다.
돌이켜 보니 제가 잘못한 게 참으로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억력이 나쁜 접니다만 주마등 처럼 많은 잘못이 떠올랐습니다.
앞으론 좀더 부지런하고 자상해야겠다는 지키기 힘든(?) 결심을 해 봅니다.
아직까지도 미안하다는 말을 한 마디도 안 한 제게 섭한 감정을 갖고 있을
아내에게 늦었지만...반성문으로 대신합니다. (아이~ 시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