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와 알타리
한 달 전쯤 주말 농장 밭을 갈아 엎었더랬습니다.
집어 치웠다는 게 아니라 새 출발을 했다는 얘깁니다.
그동안 정들었던 토마토,깻잎,고추,상추...와 작별해야 했습니다.
퇴비를 준 다음 배추와 알타리를 심었습니다.
배추는 '모종'이었고 알타리는 '씨'였습니다.
27개의 모종을 심고 반평 남짓 땅에 알타리 씨를 뿌렸습니다.
눈에 띄게 잘 자라는가 싶더니 곧 벌레가 먹기 시작했습니다.
맞은 편 밭 주인은 묽은 식초를 뿌렸는데 과했나 봅니다.
황달 배추가 되는 바람에 다 뽑아 버리고 다시 심더군요.
목초액을 뿌릴까 막걸리에 식초를 타서 뿌릴까 하다가
그냥 놔뒀습니다.
물주고 벌레 잡아주는 정도로 갸들을 키웠습니다.
쑥쑥 자라면서 벌레 먹는 속도를 앞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에 알타리를 모두 수확해서 김치를 담았습니다.
다해봐야 10Kg도 안되는 양이었지만 참 맛있었습니다.
아내는...요즘,
알타리가 사라진 땅에 파를 심을까 뭘 심을까 궁리 중입니다.
27포기 배추 중 벌레가 좀 심하게 먹은 게 10포기입니다.
그 10포기 중에 7포기는 그 정도가 더 심합니다. 만신창이.
그래도.. 스무 포기면 우리 집 김장으로 충분하지 싶네요.
배추와 알타리...벌레도 먹지만 사람도 먹습니다.
화학 비료를 주고 농약을 뿌리면 잘 자라고 벌레도 안 먹습니다.
근데...생각해 보면 참 한심합니다.
벌레가 안 먹고 못 먹는 거 사람이 먹는다...웃기지 않습니까?
유기농이 좋은 거 다 알지만 수확량 적고 모양새 나쁘고...
무엇보다 기분이 나쁜 게 사실입니다.
벌레가 먹어대니 안그렇겠습니까.
하지만,
아무리 벌레가 먹어대도 자라는 게 빠르면 먹을 부분이 더 많습니다.
깻잎도 그랬지만 이 번 알타리와 배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벌레 먹는 속도보다 자라는 속도가 더 빠르면 됩니다.
무릇 크리츠천의 세상살이도 그러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무은득~~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