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응급실
malmiama
2003. 4. 8. 09:30
급하게 의사의 처치가 필요한 경우에 찾는 곳이 바로 병원의 응급실입니다.
대낮과는 달리 깊은 밤에는 선택의 여지없이 응급실에 가야합니다.
응급실은 시끄럽고 매우 분주하며, 산만하기 그지없습니다. 소음도 심합니다.
병원의 응급실은 대부분 장례식장 부근에 있는데 두 곳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낮보다 밤에 더 번잡하고 소란스럽다는 것입니다. (주변인들이 더 난리)
살아오면서 다섯 번씩이나 병원 응급실에 가봤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와 대학 4학년 때 그리고, 결혼 후 세 번 그곳에 가봤습니다.
그 중 한 번을 제외하곤 나와 가족의 응급상황 때문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슬픈 일이 생기진 않았습니다. 응급조치 덕을 잘 봤다 하겠습니다.
다섯 번 째로 응급실에 간 것은 바로 지난 토요일 자정 즈음이었습니다.
유민이가 밤 열시가 넘어 왈칵 토했습니다.(아기들은 가끔 그럴 수 있다지요)
조금 칭얼대긴 했지만 잠시 후에 잠이 들었습니다. 30분쯤 잤을까요.
갑자기 깨어나서는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하는 겁니다. 온 몸을 비틀면서.
안아줘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잠시 안정을 찾는가 싶으면 이내 또......
감기...? 위나 장에 이상이 있나? ...... 어쩌지...... 어쩌지......
도무지 원인 파악이 되질 않았습니다. 열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30분 정도 아내와 번갈아 가면서 쩔쩔 매다가 나중엔 오빠 둘까지도
걱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도 먹이고 급한대로 '기응환'도 먹였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119에 전화를 했습니다. 구조요청이 아니라 가까운 응급실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유민이 덕에 난생처음 119에 전화를 해봤습니다)
유민이를 싸안고 강동성심병원으로 급히 차를 몰았습니다. 10분 후에
응급실에 들어 설 수 있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고 맞이해 주지 않더군요.
아수라장 응급실에서 눈치보며 순서를 기다렸다가 겨우 온 목적을 얘기하자
소아는 저쪽에 가서 접수를 하라고 했습니다. 왼쪽 꺾어진 쪽.
'자세히 살펴 볼 껄... 괜히 기다렸네...' 또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접수를 하려고 하자 접수를 위한 응급내용을 자세히 기입하라고 하더군요.
용지가 있는 곳에서 한 장을 꺼내 급히 써내려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의료보험증을 안 갖고 왔네... 유민이 주민증 번호가 뭐지... 그리고, ...'
낌새를 보니 그렇게 열심히 접수를 한다해도 터지고 부러지지 않았으면,
결코 응급조치를 할 것 같지 않았습니다. '......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접수를 할까 말까 하면서 아내를 쳐다보았습니다.
'...... 어떻게 한다?'
............................................
나와 아내의 걱정스런 표정과는 달리 유민이는 쌔근쌔근..ZZ ......이었습니다.
"어, 자잖아?" .............................................. "괜찮은가봐요... 어쩌지요?"
집 나선지 거의 30분이 지나도록 유민이가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았으므로
이제 응급상황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냥 집에 있을 것을...'하는 후회보다는 감사했습니다.
적절한 조치가 아니었다고 해도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유민이에게 잘못한 것 여러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유민이에게 미안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조금 초췌한 모습이었던 유민이가 오후부터는 정상화되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찧고 까불고... 소리 지르고... 동분서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달라진 것은 그러한 유민이를 대하는 가족의 귀찮아하지 않는 태도였습니다.
'... 바쁘기 그지없는 귀여운 유민이! ... 건강하니까 저럴 수 있는 거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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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은 급할 때 가는 곳입니다만 갈 필요가 없으면 그게 바로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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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컸죠? 2002년 6월 4일 생입니다.(교회 영아부에서 찰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