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선의의 거짓말

malmiama 2003. 2. 14. 00:04

오늘은 두 가지 기쁘고 축하 할 일이 있었습니다.

한 가지는 수술 후 입원 중이었던 장모님께서 퇴원하는 날이라서 그랬고 또 하나는
맏이인 정민이가 중학교를 졸업하는 날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수술을 마친 장모님께는 간병인이 필요했습니다. 간병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퇴원 후
며칠 간은 살림이라도 돌봐 드려야했습니다. 장인께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아직 총각인 아들은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고, 하나 뿐인 딸은 유민이를 돌봐야하니
자식된 도리로서 매우 난감한 일이었습니다. 시원찮은 사위 역시 별 도움이 안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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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날짜가 잡힌 몇 주전부터 아내는 유민이에 대한 수유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지난주부터는 젖을 마르게한다는 약을 먹고 가슴을 동여맨 상태로
적잖은 고통과 싸우는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아내는 불어나는 젖 때문에 힘들어했을 뿐만 아니라
아내를 포함한 가족 모두는 젖 먹고 싶어하는 유민이 때문에 안타까워해야 했습니다.

1년 수유 계획을 8개월만에 멈추려는 이유는 어머니를 보살피기 위함이었습니다.
아내는...'수술하기 전 날 저녁부터 다음 날까지는 반드시 곁에 있어야 된다'면서
유민이를 돌봐줄 사람도 이곳저곳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민이를 남에게 맡긴다는 것에 대해 저와 아이들은 반대를 했습니다.
돌보는 사람과 함께 유민이도 힘들어 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유민이를 맡기지 않고 수술 당일에만 참석하기로 했습니다마는 막상,
수술당일에도 아내는 장모님의 논리적인(?) 반대로 못 가게 되었습니다.
장모님께서는 고통에 겨워 별 도움 안되는 날보다는 다음 날 오라고 했습니다.

수술 다음 날 저와 아내는 유민이를 안고 문병을 다녀왔습니다.
성공적인 수술 후의 밝고 활기찬 장모님을 뵙고 왔습니다.
그런데 다녀온 후로도 아내의 걱정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얼마 전 심장수술을 하신 칠순이 넘은 아버지가 이제 곧 칠순이신 어머니를 간병한다는
사실에 불안해했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래서,
퇴원할 때 동참해서 안산으로 가서는 며칠 동안 그곳에 있기로 했습니다.

오늘 정민이 졸업식이 끝난 후 아내와 유민이를 병원까지 바래다 줄 계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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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께서 퇴원 후 안산으로 가는 시간은 오후 한 시쯤이었습니다.
정민이 졸업식은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12시쯤 끝날 것이므로 서두르면 가능했습니다.

아내는 장인 장모께 정민이 졸업식이 오늘이라고 말하질 않았습니다.
장모님께서 행여 혼자 퇴원하겠다 하시며 장인께서 정민이 졸업식에 참석하시게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침에 아내가 병원에 전화를 했습니다. 이따가 오후 퇴원시간에 도착할 것이라고.

"아냐.. 오지 말거라! 지금 퇴원할거란다..!"

저런... 일정이 바뀐 거였습니다.
가봤자 퇴원 후가 될 것이므로 가는 걸 일단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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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이 졸업식 끝나고,
오붓하게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 아내가 장모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통화를 하면서 알게된 사실은 장모님께서 오전에 퇴원하지 않았다는 거였습니다.

아내는 정민이의 졸업식을 숨겼고... 장모님은 퇴원시간에 대해 거짓말을 했습니다.
모전자전..입니다. 오늘 일뿐만 아니라 두 사람은 늘 그래왔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거짓말이 아닐진대...

<선의의 거짓말>로 해석하며 빙그레 웃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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