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12월 2일은...
malmiama
2002. 12. 1. 21:24
감기로 일주일 꼬박 고생했습니다.
독감이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괴로운 증상이 하나씩 나타나더군요.
처음엔 열과 기침정도였는데, 콧물에 이어서 두통, 목아픔이 차례로 힘들게 했습니다.
그동안 유민이를 제대로 안을 수도 없었을 뿐더러(간혹 마스크를 쓰고 접근정도)
내 집임에도 잠잘 때는 철저하게 격리수용 당했더랬습니다.
감기 막바지에 이르러 토요일 저녁 정해진 작은방에서 자려고 하는데
보니까 둘째 녀석이 자고 있더군요.
그냥 거실에서 자야겠다고 생각하고 대충 이불깔고 런닝과 팬티바람에 누웠습니다.
설마 춥기야하겠느냐는 생각으로 그런 차림으로 잤는데 한참 자다보니까
으슬으슬 추웠습니다. 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몸상태가 시원찮아서였겠지요.
잠결에 누군가 나온 것 같기에 ... '아이..추워!'라고 중얼거렸더니,
바로 선풍기형 원적외선 히터를 켜주더군요. 새벽 3시쯤이었습니다.
좀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또 다시 추운겁니다. 히터가 꺼져있었습니다.
그 때 둘째 녀석이 자고 있을 방에 불이 켜져있더군요. (새벽 다섯 시였습니다)
일찍 잠자리에 든 녀석이 일찍 깨어 방황(?)하고 있다는 생각에...
'형민아! 일루 나와서 컴퓨터 해라! 아빠가 그 방에서 자마!'
녀석은 좋아했습니다. 저 역시 따뜻하게 새벽잠을 잘 수 있었기에 좋았습니다.
아침에 확인해 본 결과 새벽 세시쯤 히터를 켜준 사람도 바로 형민이였습니다.
추위에 떠는 아빠를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서 한시간 정도 켜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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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장인, 장모 그리고 미국에서 잠시 휴가 나온 처남이 우리집에 왔습니다.
온 목적은 형민이 생일 때문이었습니다. (유민이를 보기 위함도 있었지만)
사실 형민이의 생일은 12월 2일 바로 오늘입니다. 하루 앞당겨 가족이
다같이 모일 수 있는 주일 저녁에 생일 잔치를 조촐하게 치루게 된 것입니다.
교회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이마트에 들러서 이것 저것 장을 보았고,
집근처 뚜레쥬르에서 생크림 케익을 하나 샀습니다.
아내가 대충 음식을 만들고 아이들과 도와서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큰 아이의 기타연주에 이어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알콜없는 샴페인을 터뜨렸습니다.
조촐했지만 단란하고 행복한 생일파티를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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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2월 2일 둘째 아이 형민이가 태어났습니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14번 째 생일을 맞이하게 된 녀석이 기특하기만 합니다.
중학교 1학년인 녀석은 171센티 키에 64킬로그램으로 성장했습니다.
몸과 함께 갖가지 능력과 넉넉한 마음씨를 갖춘 형민이는 이제, 좋은 아들,
좋은 동생, 좋은 오빠, 좋은 손주, 좋은 조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어제 생일상을 차리는데 엄마를 가장 많이 도운 사람도 바로 형민이였습니다.
유민이를 정성스레 돌보는... 막내티를 이미 벗어버린 의젓한 녀석입니다.
형의 똑똑함과 멋을 부러워하는 녀석이지만 정작 더 멋지게 자라는 녀석은
형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란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12월 2일은 사랑하는 둘째 아들 형민이의 생일입니다.
이 아이가 온전하게 하나님 보시기에 바르게 자라기를 기도합니다.
'형민아... 새벽에 따뜻하게 히터 켜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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