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합격은 기쁜 것

malmiama 2002. 11. 17. 21:46

[휴대폰돼요?]... [휴대폰 원대로 샀당 거금 꺅^^]
[아빠정말감사힙니다아빠정말감사합니다ㅠㅠ 오늘 낮에안오세요?]...
[얌마 일좀하자 짤리면 못사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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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점심 전에 큰아이 정민이와 휴대폰 메일로 주고 받은 내용입니다.
휴대폰을 잃어버린 녀석은 제엄마 휴대폰으로 메일을 보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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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3인 정민이는 <거창고>진학이 목표였습니다.
<특수목적고>로 승인이 나지 않는 바람에 거창으로 주민등록을 옮겨야하는데,
이사가기도 그렇고 연고도 없고 해서 포기했더랬습니다. (실력도 안되고^^)

과학고나 외고는 제가 반대할 뿐더러 녀석도 실력이전에 시기를 놓쳤고
인문계는 보내기 싫고... 그러다가 문득 예술고교가 생각났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권했더니 의외로 녀석이 선뜻 응하더군요.
불과 두 달 전쯤의 일입니다.

지원부문은 <클래식 기타>.
사실 녀석이 락밴드 한답시고... 여러모로 신경쓰는 꼴이 거슬렸거든요.

1년전까지 배웠던 하남시의 선생님께 의논하고 지도강사 추천을 받아
일주일에 한 두번씩 레슨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기타도 새 것을 낙원상가에서 새로 사줬습니다.(그래봤자 연습용)

그러나......
아무리 학교성적이 좋고 소질이 있다고 해도 중학교 3년 내내 배운 아이들에 비해
더 잘할 거라는 보장이나 유리한 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떨어질 확률이 높은데 무슨 레슨을 받냐... 그냥 응시해 봐라... 네...
레슨을 중지 시켰습니다.

문득, 6년 전 신림동에 살 때 그곳 교회 찬양대 지휘자 생각이 났습니다.
그 분이 기타리스트였거든요. 독일유학파로 현재 대학에 출강하는 분인데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심심찮게 뜨는 실력있는 분이었습니다. (순수하고)

6년만에 전화를 했는데 잘(좋게^^) 기억하더군요.
당시에 아내는 반주자로 저는 이따금 솔리스트 역할을 했기 때문이지 싶었습니다.

큰아이 얘기를 하고 나서... 한 번 녀석의 실력을 점검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붙고 안붙고 문제가 아니라 자질문제를...)

지지난주 토요일 늦은오후에 그 분이 직접 오셔서 봐줬습니다.
(사례 같은 거 절대로 없는 조건으로...)

결론은... <자질, 소질, 능력...있다!> 였습니다. (떨지 않는 게 장점^^)
며칠 후 본인의 기타도 빌려줬습니다. (1200만 원 짜리?)
정민이가 배우다 만 그 선생님과도 독일유학시절 함께했던 사이라고 하면서
며칠 남지 않았으니 더 배우라고 권했고... 그리 했습니다.

11월 12일 화요일 오후에 시험을 치렀습니다. 발표는 11월 14일 목요일 늦은 오후.

결과는...

합격했습니다. 현악 전체 51명 합격자 중 클래식기타부문은 2명 합격.
클래식기타 응시자가 6명이었는데, 합격자 두 명 중 한 명이 우리 집 정민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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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휴대폰 사주게 된 얘길 마저 해야겠습니다.

녀석이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매우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하기에 그랬습니다.
"너... 합격하면 사주마!"
(내심.. 그동안 입시와 관련해서 돈 들인게 거의 없기에.^^)

합격한 날 조그마한 케익을 놓고 축하를 하면서 아내와 제가 번갈아 기도했습니다.

'이제.. 아이가 교만하지 않게... 클래식기타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게...
아내와 제가 아이를 잘 지도하고 양육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합격은 좋은 겁니다. 합격은 기쁜 겁니다.
정민이를 비롯해서 우리가족과 친지 모두 기뻐하고 있습니다.
거금을 들여가며, 속 끓여가며... 분을 삭이며 합격한 게 아니라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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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음 정민이는 우리나라 예술계의 고질적인 병폐(과다한 레슨비, 연줄...등)에 있어
그러한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돌리는 역할을 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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