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고추 이야기

malmiama 2002. 10. 20. 08:15

예전엔,
아들을 낳으면 고추를, 딸을 낳으면 숯을 끼운 새끼줄을 집 앞에 매어 달았지요.
가물가물... 어린시절에 보았던 기억이 나지 않습니까?
이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고추>나 <숯>이나 정화 작용은 했겠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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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의 계절인 가을엔 여러가지 행사가 많습니다.
그 중에 결혼식이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즘, 우편이든 인편이든 받은 청첩장에 응하다보면 거의...
매주 토요일 오후는 결혼식장엘 가야할 정도더군요.
(수요예배 끝나고 교회에서 하면 얼마나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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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기전에 <함>이라는 게 있습니다.
신랑 될 사람이 신부 될 사람 집에 갖고 가는 일종의 <신고용 선물>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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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잡이 친구들일랑 일절 동원하지 않은채 단독으로 <함>을 갖고
씩씩하게 처가를 방문했던 너구리였습니다.
그때 <함>안에 뭘 넣었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군요.

좌우간 <함> 안에는 이것 저것 많이 넣어야합니다만, 예전엔 <고추씨>가 필수였답니다.
건강을 기원한다는 의미였다는데... <고추씨>가 잡귀를 물리친다고 믿었다는군요.

하긴, 건강은 예나 지금이나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관심사항이긴 합니다.

그러나 관심사항이라고 해도...
결혼 전에 건강을 <기원>하는 것으로 족한 것 아닙니까.
결혼 후 건강을 이유로 헤어져서야 되겠습니까?

그런데 현실은...

결혼 후 배우자의 건강 때문에 이혼하는 경우가 이혼의 15%를 차지한답니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라고 읊으며 굳게 맹세하면서 결혼 할 땐 언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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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고추씨가 차지했던 자리를 <건강진단서>가 대신하게 되었다는군요.

'건강진단서로 사전에 불행을 막는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마는,
기쁨과 낭만 대신 <조건>이 넘치는 결혼이 되어가는 것 같아 섭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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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섭만으로 끝나는가했더니 다음 얘길 듣고는 <씁쓸>로 변하게 되더군요.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결혼 전에
"건강진단서를 제출(?)하는 걸 찬성한다!"는 젊은이가 70%였다......

고추씨 대신 건강진단서라......'쩝!'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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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이 결혼할 때는 말이죠!

신랑 될넘이 함갖고 온다하면 그 안에 고추씨나 건강진단서 대신
성경책을 넣어갖고 오라고 주문할 생각입니다. ...........................

"아님, 내 딸 못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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