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miama 2002. 9. 19. 00:22

오늘은 <담>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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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아내가 담이 결린다고 했습니다.

유민이를 안고 있는 시간이 많아 그런 거 아니냐고 했더니 '맞다!'고 하면서도,
안아달라고 보채는 것도 있지만 '귀여운 데 어찌하오리까?'가 <근본원인>이라고 했습니다.

하긴, 저도 그렇습니다.

담이 결릴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반드시 유민이를
안아주고 뽀뽀를 해야만 그 날 하루를 제대로 지낸 것 같으니까요.

어제는 그런 저를 보고 아내가 '도마'같은 의심 뉘앙스의 질문을 했습니다.

'정말 유민이를 안아주고 싶어서 그래요? 정말 귀여워요?'

지친 상태로 퇴근했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유민이를 돌보는 제 모습에서
'귀찮지만 <아내사랑>의 마음으로 유민일 돌봐주는 거다' 라고 생각했는가 봅니다.

저는 다음과 같이 말랬습니다. (정직하게^^)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도움 주려고, 잘 보이려고......는 아니올시다!"

"유민이가 정말 귀여워서 그런다우!"
.............................................................................................. 아참!

얘기가 빗나갔습니다. ^^
오늘 얘기하고자 했던 '담'은 그 담이 아니었습니다. (푼수같이 자나깨나 유민이 얘기..ㅋㅋ)

결리는 그 담이 아니라 울타리로서의 <담>이 되겠습니다. ('담장'이라 했어야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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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도시 주택들을 중심으로 담이 낮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대부분 집들의 담이 높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냥 높은 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담 위로 살벌한 철조망도 있고 유리조각도 꽂아 놓은 걸 볼 수 있습니다.

아파트도 예외는 아닙니다.
얼핏 해당사항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단지를 감싸고 있는 <담>이 있지 않습니까.

결코 만만찮습니다.
윗 부분의 두루마리 철조망을 보면 수용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인심써서 좋게 표현해봐야 <군부대> 정도가 되겠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는 저녁 9시가 되면 옆길로 나갈 수 있는 쪽문은 걸어 잠그고,
정문은 경비 아저씨 세 사람이 바리게이트를 치고 출입 차량을 확인하면서 통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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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담이 없었고... 있어도 매우 낮았다고 하더군요.
이유가 뭘까......

이웃 간의 믿음, 신뢰......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웃의 굴뚝을 보기 위해서였답니다.
그런데, <끼니를 잘 해결하고 있나?>가 아니라, 아침에 연기가 안 나면
<무슨 일 생겼다!>로 간주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옛날에는 노인 혼자 사는 경우에도 결코 외롭거나 비참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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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명절인 한가위입니다.

어제도 그저께도 대낮임에도 교통대란이더군요. 백화점도 인산인해로 난리고요.
선물인지 뇌물인지 무언가를 사고 무언가를 전달하느라 분주한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이웃집 굴뚝을 살펴보고 섬기는 마음으로 선물하는 명절 분위기였으면 합니다.

이웃과의 <담>이 낮을수록 하나님과의 담도 낮지 않겠습니까?

좋고 좋은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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