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쉽게 말하지 않기

malmiama 2002. 4. 23. 18:11

안녕하세요. 달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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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어머니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습니다.

어머니는 <로보캅>처럼 무쇠인간 같은 분입니다. 늘...
아픈 것도 잘 참으시고... 한참 지나서야 그때 그랬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임신 중에 산통이 왔을 때도 그 고통을 잊으려고 빨래를 하셨다는 분입니다.
그런 분이시니 웬만큼 아파서는 약같은 건 찾지도 않습니다. 보다못한 아버지가
약을 지어오셔도 한봉 이상 먹어본 적이 없는 대책없는 분이지요.

반면에 아버지는 몸을 잘 챙기십니다.
영양제도 챙겨 드시고 조금 아프다 싶으면 병원에도 잘 가십니다.

문제는...
스스로 몸을 챙기는 아버지를 어머니가 제대로 이해 못하는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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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두분이 해외여행을 다녀오셨습니다.
도착 며칠 전 그만 아버지께서 심한 복통을 일으키셨나봅니다.
(연세도 많은 분이 식사도 못하고... 그 고통이 어떠했을지 마음이 아프지요.)
도착 후 병원측 의사의 진단 결과는 <유사콜레라> 라고 했답니다.

여행 중에 힘드셨던 어머니는 아버지를 간호하느라 더욱 진을 쏟으셨겠지요.
그러나, 상대적으로 아픔에 대해 평소 잘 견디시던 어머니였으므로 결국 아버지께,
'왜 그렇게 참지 못하시냐...'고 한말씀 하시고야 말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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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용을 다 듣고서 아버지께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가슴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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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은지 며칠 후,

저녁에 퇴근한 남편은 피곤한 얼굴로 분주했던 일정을 늘어 놓았습니다.
내일도 <같은 수준의 힘든 날>이라며, 일찍 자야겠다고 했습니다.
이해는 했지만... '저렇게 까지 몸을 챙겨야 할까..' 하는 마음에
제 심사가 뒤틀렸습니다. 결국 저도 친정 어머니처럼 한마디 하고야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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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남편은 꾀병을 부리지 않습니다.
한 두 시간만 자도 새벽 6시면 정확하게 일어나서 출근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열이 40도 가까이 올라도 내색을 안하던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자면서 끙끙 앓는 소리를 냅니다.
사고 후유증 때문에 남편의 몸이 예전같지 않으리라...이해는 하면서도
겉으로 보기엔 워낙 멀쩡한 사람인지라
스스로 몸을 챙기는 모습이 어째 마땅치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남편은 이렇게 얘기 했습니다.

"나 힘든 거... 누가 나만큼 느끼겠나... 이해하는데도 한계가 있지. 그리고,"
"기대치에 못미쳤을 때 나 스스로 아쉽게 생각하거나 원망할 수도 있는데..."
"괜히 남에게 피해 안주려면 악착같이(?) 애써서 빨리 회복하는 게 최선이지."

그러기위해 회복과 관련해서는 스스로 챙겨야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언젠가는 식구들이 남편만 따돌린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저는, 친정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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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음을 추스리며 남편을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하나님외에는 그 누구도 자신과 같은 수준>으로 이해할 수는 없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날 밤 전 하나님께 남편을 진심으로 이해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 했습니다.
이 후, 좀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남편이 원하는
<회복을 위한 7시간 수면>을 취할 수 있게 도와주려하고 있습니다.

남을 보고 판단하기는 쉬운데 정작 내 삶에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니... TT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한번 더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쉽게 말하지 않기>도 함께 결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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