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malmiama 2012. 2. 10. 16:25

교회에서 여성의 침묵을 명하는 구절로 이해하는 성경 말씀이 있습니다.

 

모든 성도가 교회에서 함과 같이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그들에게는 말하는 것을 허락함이 없나니 율법에 이른 것 같이 오직 복종할 것이요

만일 무엇을 배우려거든 집에서 자기 남편에게 물을지니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

하나님의 말씀이 너희로부터 난 것이냐 또는 너희에게만 임한 것이냐......

그런즉 내 형제들아 예언하기를 사모하며 방언 말하기를 금하지 말라

모든 것을 품위 있게 하고 질서있게 하라 (고린도전서 14:34~40)

 

과연 성경은 여성들이 교회에서 침묵하기를 명령하고 있는가...궁금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성경에는 없다’(오경준지음/홍성사)에서 이와 관련한 글을 발췌해 그 궁금증을 풀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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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린도전서를 기록한 바울은 당시로는 보기 드문 남녀평등론자였습니다.

바울은 기본적으로 “남자나 여자 없이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갈3:28)임을 강조했습니다.

로마서 16장에 보면 바울은 29명의 동역자들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는데, 그 중 첫 번째로 천거하고 있는 사람은

겐그레아 교회의 뵈뵈 자매입니다.  그는 뵈뵈가 겐그레아 교회 ‘일꾼’이라고 밝힙니다. 흔히 ‘집사’라고 이해하는

디아코노스(일꾼)는 오늘날 교회의 일반 집사와는 좀 다른 개념입니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3장 5절에서 자신과

바나바가 고린도 교회를 믿게 한 디아코노스(사역자)라고 밝힙니다.

 

고린도후서 3장 6절에서도 자신을 새 언약의 디아코노스(일꾼)라고 증거합니다.

로마서 13장 4절에서는 하나님의 디아코노스(사자)라는 의미가 사용되기도 하고 심지어 예수님을 ‘하나님의 진실

하심을 위한 할례의 디아코노스’(수종자 롬15:8)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뵈뵈는 겐그레아 교회의 ‘디아코노스’로서

그 교회의 실제적인 지도자(혹은 지도자 그룹)로 활동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것은 바울이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고 명령했다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것이지요. 바울은 로마 교회에게 뵈뵈를 영접하고 소용

되는 바를 도와주라(롬16:2)고 지시까지 하고 있습니다. 뵈뵈의 위상이 엿보입니다.

 

로마서 16장에는 ‘브리스가’와 ‘아굴라’부부가 나오는데 여성인 ‘브리스가’부터 언급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사도행전 18장에 보면 브리스길라(=브리스가)가 학문이 많고 성경에 능한 아볼로를 가르쳤다는 증언도 나

옵니다.  그녀가 설교자였던 아볼로를 가르쳤다는것도 여성의 교회 침묵과는 맞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이제부터 여성 비하의 대표적인 구절로 보는 두 개의 성경 본문을 직접 살펴 보겠습니다.

고린도전서 11장을 보면, 바울은 여자들이 ‘반드시 머리에 수건을 쓰고 기도나 예언을 해야 한다‘(5절)고 강조하

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구절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한 단계 아래에 있기 때문에 상하 질서를 잡기 위한 가르

침으로 이해됩니다만 실제로 이 본문의 핵심은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물론 바울은 ‘여자의 머리가 남자’(고전11:3)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어서 여성들이 머리수건을 씀으

로 ‘권세 아래 있는 표를 그 머리 위에 두라’(고전11:10)고 했을 때, 그 ‘권세 아래’란 의미는 남성의 권세 아래

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그 권세는 ‘천사들로 인한’(고전11:10) 권세입니다. 옛날에는 예배 도중 하나

을 대신하여 천사가 임재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런 사상을 반영하면 여자들이 쓰는 머리수건은 남자들의 권세 아

래 있다는 것이 초점이 아니라 하나님의 권세 아래 있다는 것이 초점이 됩니다.

 

따라서 바울의 언급, ‘그러나 주 안에는 남자 없이 여자만 있지 않고 여자 없이 남자만 있지 아니하니라, 여자가

남자에게서 난 것같이 남자도 여자로 말미암아 났으나 모든 것이 하나님에게서 났느니라‘(고전11:11~12)라는 구

절은 바울이 여성비하적인 의도로 고린도전서 11장에 나오는 머리수건 착용 명령을 전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가

됩니다.  우리는 고린도전서를 당시의 정황에 비추어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남성 예언자(=오늘날 설교자)들 중심으로 돌아가던 고린도 교회 안에 갑자기 성령 충만한 여성 예언자 집단

이 등장했습니다. 이 혜성같이 등장한 능력 충만한 여성 그룹 때문에 그동안 교회 안에서 기득권을 갖고 있던

성 설교자들은 적잖이 당황하게 되었고 일종의 남녀간의 대립 상황이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된 바울은 일단 여성 예언자 그룹들에게 일종의 자제를 권했습니다.

이것은 여성들의 활동을 금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남성 지도자들이나 여성 지도자들 모두가 서로 대립하지 않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힘을 모으게 하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한마디로 바울은 나중에 등장한 여성 예언자들에게

남성들을 무시하면서까지 마구 설치지 말라고 권고하면서 교회 전체의 평화를 유도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바울은 여성들이 남자들의 권위를 무시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머리수건’을 꼭 쓰도록 명령한 것입니다.

결국 이것은 여성비하가 아니라 교회의 평화를 위한 권고였습니다.

 

게다가 바울은 여성들이 아예 교회에서 기도나 예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여성은 머리에 수건을 쓰고 기도나 예언을 해야 한다(고전 11:5)고 말합니다.  이 말씀은 이제부터 살펴볼 14

장 34절 이하에 나오는 ‘여성은 잠잠하라’는 말씀을 제대로 해석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만약 바울이, 여성

은 ‘무조건 교회에서 잠잠하라,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오직 복종하고 그냥 집에서 남편

에게 조용히 배우기나 하라‘고 말했다면 여성은 머리수건을 쓰고 기도나 예언 활동을 하라고 한 11장의 권고와

모순이 됩니다.

 

신약학자 서중석 교수는 이 ‘여성 침묵 명령’ 구절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보여 줍니다.

그에 따르면 이 단락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36절입니다.  여성 침묵 명령 구절 다음에 등장하는 36

절은 이렇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너희에게로부터 난 것이냐 또는 너희에게만 임한 것이냐?’  여기에 등장하고 있는 ‘너희’는 과연 누구일까요?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대로하면 이들은 여성들이어야 합니다.

여성들이 교회에서 주제넘게 설치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여자들은 잠잠하고 복종하고 배우기만 하라. 하나님의

말씀이 너희 여성들에게로부터 난 것이냐?  너희 여성들에게만 임한 것이냐?‘라고 윽박지르는 것이어야 말이 됩

니다. 하지만 36절의 ‘너희에게만’(원문은 ‘유일한 자들’)은 여성이 아닌 남성을 의미하는 복수입니다. 

이는 39절에 나오는 ‘내 형제들아’라는 말에서도 증명 됩니다. 결국 고린도전서 14장 34절 이하의 말씀은 이런

의미가 됩니다.

 

‘고린도 교회의 남성들아,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고 오직 복종만 하라......‘는 등의 말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여성 예언자들을 억누르지 마라. 하나님의 말씀이 너희 남성들에게만 임한 것이냐?  비록 여성들이지만 그녀들로부

터 나오는 하나님의 예언도 사모하며 방언 말하는 것도 금지하지 마라.‘  이런 해석이 가능한 더 중요한 이유는 36

절 ‘하나님의 말씀이 너희에게로부터 난 것이냐’라는 문장 바로 앞에 일반 번역 성경들에는 잘 나타나 있지 않은

일종의 ‘그러나’라는 의미를 가진 접두사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접두사는 앞의 내용들, 즉 ‘여자들은 교회에서 잠잠하라‘는 내용을 부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게다가 바울은

고린도전서 6장 12절에서 이 구절과 유사한 형태로 앞 부분에 반대자들의 생각을 먼저 언급하고 곧 이어 그것에

반대하는 자기의 주장을 언급하는 식의 논리 형식을 이미 보여 준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여성의 침묵을 명령하

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이 구절은, 오히려 여성 사역자들의 활동을 규제하려는 고린도 교회의 남성 지도자들에게,

그러지 말고 힘써 함께 주의 일을 하라는 바울의 권고로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교회 안에서도 많은 다툼과 분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교회의 존립 목적은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고전 10:31)입니다. 하지만 이런 목적을 가진 교회에 계속 다툼이 발생하는 이유는 대립

하는 자들 대부분이 ‘자기의 영광을 먼저 위하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 부름 받은 새로운 여

지도자들을 침묵시키고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고린도 교회 남성들에게 하나님의 역사를 금하면서까지 남성들

의 주도권을 지키려고 하지 말고, 여성 사역자들의 활동을 허욯해 주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성들도 자신

들을 억누르는 남자들과 무조건 다투려 하지 말고 여성성을 의미하는 수건을 머리에 쓰고 겸손히 예언과 기도 활

동을 하라는 권고와 함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