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베큐 클래식 (2002.4.14)
주일임에도 운전을 좀 하고 이래저래 많이 걸었더니 제법 피곤했습니다.
그래서 오후 다섯 시 쯤 집에 들어 와서는 늦은 낮잠을 잤습니다.
깨었을 땐 저녁 7시가 넘었고 거실에 나와보니 아내는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녀석은 빈둥거리고 큰녀석은 소파에서 클래식 기타를 치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식탁에 앉아 큰 녀석의 솜씨를 감상했습니다. 잘치긴 잘치는군...하며.
듣다보니 빠르고 난이도가 높은 곡을 연주하는데... 문득 곡 제목이 궁금했습니다.
"저 곡이 뭐지?" 상추를 씻고 있는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음~ 뭐더라... '바베큐'인 것 같은데요? 양념 바베큐!"
"양념 바베큐? ... 곡 제목이 희한하군 그려..." 이상하긴 했지만 그러려니 했지요.
그 때 상추를 씻고 있는 아내 옆에선 맛있는 고기가 계속 잘 익고 있었는데...
뒤를 돌아 본 아내가 깔깔..웃는 거였습니다. 순간 저도 눈치를 챘지요.
<저 곡이 뭐지?>...가 아내에겐 <저 고기 뭐지?>로 들린 것이었습니다.
옆에서 양념 바베큐가 냄새를 풍기면서 익고 있었고 본인은 그것과 관련이 있는
상추를 씻고 있었으므로 <곡>이 <고기>로 들릴 수 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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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말>에 의한 상처가 많습니다. 그래서 혀를 조심하라고 하지요.
그러나 말조심 뿐만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바른 해석과 분별력도 중요하겠습니다.
사람의 말은 그렇다고해도 하나님 말씀에 대한 곡해는 문제가 참으로 큽니다.
엉뚱한 해석에 의한 그릇된 실천으로 <생활속의 크리스천>과는 거리가 생깁니다.
클래식 제목이 고기 제목으로 변질될 수 있듯이 말입니다.
그럴듯하게 합리화 시켜봐야 바베큐 클래식... 밖에 더 되겠습니까?
이것도 저것도 될 수 없는 사이비가 되는 게지요.
P.S 양념 바베큐... 잘 먹었습니다. 잘 씻은 상추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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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고 싶은 게 많은 아내
셋째 아이를 가진 아내는 첫째와 둘째 아이 때와는 달리 먹고 싶은 게 많습니다.
바베큐 사건 전날인 토요일 저녁엔 아내가 먹고 싶다는 감자탕을 먹기위해 거의
왕복 2Km 이상을 걸었습니다.
물론, 결코 후회없을...맛있고 푸짐한 뼈다귀 감자탕을 먹었습니다만.
식사 후엔 손잡고 야시장을 지나쳐 오면서 구경하다가 문제의 그 양념 바베큐와
상추를 사온 것입니다.
<포장마차 우동>, <추어탕>, <아구탕>을 비롯, <도토리 묵 무침>... <비빔냉면>,
<감자전>, <순두부>...등등 임신 중인 아내는 먹고 싶은 게 참으로 많습니다.
그런데 누가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면 생각이 딱 떠오르진 않는답니다.
그냥 지나가다가.... 남이 먹는 걸 보고...아니면 문득, 갑자기, 졸지에 마구(?) 생각이 나면
...먹고 싶다고 합니다. 좌우간 저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제가 몸이 성하다면 만들어주고 싶은 것도 있는데 미안할 뿐입니다.
어쨌거나, 먹고 싶은 게 많은 아내는...... 귀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