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세 가지 약속

malmiama 2010. 8. 23. 11:16

결혼할 때 저와 아내는 세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첫째, 매달 책을 한 권 이상 읽고 둘째, 매달 영화를 한편 이상 보자.

이는 뭐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고, 단지 삶에 허덕이며 여유 없이 살지 말고,
먹고사는 수준 이상으로 살자는 의도였습니다. 

지적, 문화적 기본 바탕을 유지 내지는 발전을 도모하며,
문명인으로서의 존재가치를 드높이자는 매우 소박한 뜻이었습니다.

장르와 수준을 정하지는 않았기에 이 약속은 여유 있게 지킬 수 있었습니다.
신혼 초, 안산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습니다. 

저는 직장이 서초동이었고, 아내는 사근동이었기에 매일 새벽 첫 차를 타고 출근했습니다.

그러나, 그 멀리 출 퇴근하면서도 함께 밤을 새워가며 <외인구단>이라는 만화를 탐독했고,
이어서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에서 녹정기에 이르기까지 섭렵했습니다.
다른 서적과 신앙 서적도 꽤 탐독했습니다.

정기 구독도 차츰 늘면서 어느 때 부턴가 약속 자체가 무의미해졌습니다.

영화에 대한 약속도 가볍게 무난히 지켰습니다. (연간 30편 정도)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비디오를 빌려 가족 관람 시간을 갖기도 했지만,

시각과 음향 효과를 고집하는 저를 따라 개봉관을 자주 찾았습니다.

아이들은 늘 저를 따랐는데... 저는 주로 ☆☆☆많은 영화나 스타워즈,

이집트왕자 같은 만화물을 좋아하고 아내는,

코믹 멜로드라마(노팅힐)나 최루성 국내 영화를 선호했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는 데 옆에서 잔 사람이 바로 제 아내입니다.
한 극장에서 여러 가지를 상영하므로 가끔은 아내와 헤어져서 보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 약속은,
<살다보면 다툼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루를 넘기지 말자!>였습니다.
지나고 보니 참으로 유효하고 유익한 약속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살면서 몇 번의 다툼이 있었고, 다투고 나서 하루를 넘긴 적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럴 때마다 이 약속이 생각나는 바람에 쉽게 돌아섰습니다.
대부분 아내가 먼저 양보 또는 회개(?)한 후 금새 화목해졌습니다.
사실 제 경우 이 약속을 믿고 침묵을 통한 악용사례가 몇 번 있었지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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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결혼 한지 24년이 넘었습니다.

다음 달이면 둘째 아이가 군에 가고, 첫째 아이도 내년 상반기 중에 입대할 겁니다.

늦동이 딸이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이니...다복 가정입니다.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저희 가정은 행복합니다.
그러나, 결혼 할 때의 약속을 잘 지켰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함께 한 신앙 생활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선물을 보았고, 품었기에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음을 믿습니다. 

 

TV없는 가정이기에 주일 저녁엔 넉넉하고 재밌는 가정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어제는, 찬양을 여러곡 불렀습니다. 4부 중창이 자연스럽습니다.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생각을 나누고...

화목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대견스럽고 아버지 하나님께 고맙습니다.

결혼 25주년 때, 아내와 새로운 약속 세 가지를 정할 생각입니다.

각자 10가지를 얘기한 다음...비슷한 것 세 가지를 선택하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