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외박을 도와준 남자
아침에 아내와 유민이를 태우고 안산으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인천 국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여유있는 시간에 유민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화장실에 들른 다음,
"유민아~!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야."
"아빤 여기서 나가야하고 너는 엄마와 함께 할머니,할아버지와 비행기 타고 가야해."
"이제 가서 기도하고 아빠는 갈게!"
"기도는 아빠가 해야 해요~~!"
"왜?"
"우리가 떠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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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9일(토)... 유민이는 엄마와 외할머니,외할아버지와 함께 뉴저지로 갔습니다.
(뉴저지엔 처남이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몇 달 머무실 거고, 모녀는 3주 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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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저녁, 성경을 읽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곧바로 유민이를 바꿔주더군요.
"지금 뭐하니?"
"산책하고 있어요. 여기 너무~좋아요!"
"좋겠구나..근데..여긴 밤이란다."
"네?....밤이요?????" (믿기지 않는다는듯..무척 놀래더군요)
유민이는 그곳이 너무너무 좋답니다.
(그래도 그곳에서 살긴 싫다는군요. 아빠 때문에 고국으로 오겠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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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독이 풀리지 않아 지친 상태에서 커피가 무척 그립던 중,
별 생각없이 내가 넣어준 1회용 커피(달랑 한 개)로
두 분이 무척 맛있게 드셨다는(효도했다는) 얘기를 아내에게서 들었습니다.
(평소 커피를 안드시는 어머니께서도 나눠 드시고 개운해 하셨답니다.)
(착한 아내는 대리만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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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유민이가 집에 없으면 잠이 안올 줄 알았는데 첫 날 잘 잤습니다.
중간에 깨지도 않고 푸욱 잤습니다.
그런데..다음 날 한시 반에 깼는데..잠 못이루고 새벽까지 살림정리하고,
밥하고 반찬 만들고...성경읽다가 새벽예배에 다녀와서 출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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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리는 건 형민이가 합니다. 세탁기와 청소기.
준비하는 것은 제가 합니다. 먹거리.
없애는 것도 제가 합니다. 쓰레기와 찬밥.
(어제부터 남은 밥으로 누룽지를 만들어 두기로 했습니다.)
형민이 왈, 아빠가 챙겨주는 음식 먹을만 하다며,
아직까지 한 번도 밖에서 밥을 사먹지 않았다는군요.(눈시울이 뜨거워집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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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민이와 오붓하게 식탁을 준비하던 주일 저녁 일입니다.
제가..냉동 삼겹살을 가위로 자르다가 몇조각이 튀어 오븐레인지 뒤로 들어갔습니다.
(커다란 오븐레인지를 들어내기 쉽지 않아 그냥 뒀습니다. 더위 오기 전에 꺼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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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외박을 도와준 게 뭐냐구요?
허락한 것도...용돈 챙겨준 것도...로밍폰 해준 것도...바래다 준 것도 아닙니다.
믿을만 한 살림 솜씨도 아닙니다.
커피믹스 한 개...그겁니다. 효도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