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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

malmiama 2005. 2. 26. 22:32

깝깝하게도... 짜증스럽게도...
교인 중엔 일희일비하며 함부로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지기 싫어서 웃고 맙니다만... (저도 예외가 아니기에...^^)

와 닿을 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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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농구는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난 시즌에 꼴찌를 한 팀에게 선수를 가장 먼저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줍니다. 추첨을 위해 통에 구슬 1백 개를 집어넣는데, 40개는 빨간 색, 30개는 하얀 색, 20개는 파란 색, 10개는 노란색입니다. 꼴찌 팀부터 거꾸로 40, 30, 20, 10입니다. 

꼴찌 팀 구슬이 가장 많다 보니 확률도 가장 높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빨간 색 구슬이 나올 확률이 40%로 가장 높지만, 빨간 색 구슬이 나오지 않을 확률은 60%로 그보다 더 높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꼴찌가 우선 지명권을 확보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습니다.

 

프로 농구 팀 가운데 SK 나이츠란 팀이 있는데, 몇 해 전에 이 팀이 꼴찌를 해서 40%의 권한이 주어졌습니다. 그해는 각 팀들마다 신인 드래프트에 관심을 보였는데, 바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현주엽 선수가 끼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SK는 국내 선수 중에서 가장 키가 큰 서장훈 선수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주엽 선수마저 보유하게 되면 이젠 우승까지도 바라볼 수 있어 잔뜩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드디어 신인 드래프트가 있던 날, 첫 번째 구슬이 꼴지 팀인 SK에 돌아가자 SK감독은 주저 없이 현주엽 선수를 지명하고 나서 "이제 나의 시대가 열렸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기자가 그에게 "현주엽 선수를 일순위로 선발할 줄 알았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SK 감독은 거침없이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너무나 당당한 대답에 기자는 뭔가 있나 보다 하며 "어떻게 그렇게 자신이 있었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감독은 "오늘 아침 추첨하러 나오기 전에 교회 목사님께 안수 기도를 받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프로 농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별 관심도 없던 제가 이 일을 기억하는 것은 이 대답 때문이었습니다.

 

드디어 프로 농구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시즌이 시작도기 전에 전문가들은 SK를 우승 후보로 꼽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합이 시작되고 보니 서장훈과 현주협이라는 최상의 선수를 기용하고도 SK는 연패를 거듭해 참담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예상 밖의 저조한 성적에 SK는 감독을 전격 해임했습니다.

현주엽을 지명하면서 "이제 나의 시대가 열렸다"라고 외친 감독이 해임을 당한 것입니다.

목사님으로부터 안수 기도를 받았다고 기뻐하던 감독이 그 선수 때문에 해임을 당한 것입니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우리는 이것을 보면서 너무 쉽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금 당장은 좋아 보여 마치 하나님이 허락하신 일 같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민망한 일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좋은 일이 생기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고, 나쁜 일이 생기면 사탄의 시험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현재의 좋고 나쁨이 하나님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 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현주엽 선수를 지명하지 못한 다른 팀에도 그리스도인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라고 해서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왜 현주엽 선수가 그들이 아닌 SK에 지명되었습니까? 그들이 기도를 덜하고, 신앙 생활을 덜 열심히 했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SK 감독이 다니는 교회의 목사가 영적으로 더 세고 영험하기 때문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현주엽 선수가 SK에게 지명된 것뿐입니다.

 

매년 여러 종목의 프로 팀이 신인 드래프트 추첨에 참가합니다. 일차 지명권을 받은 팀의

감독들 가운데는 그리스도인도 많고, 불교신자도 많으며, 무속인에게 굿을 하거나 부적을

지니고 다니는 감독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일차 지명권이 주어진 것은 하나님이 그리스도

인보다 이들을 더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일에 하나님의 뜻을 연결시키는 것은 그 자체가 잘못입니다.

 

하나님의 뜻은 누가 어느 팀에 지명되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하는가에 있습니다. 새로 들어온 신인 선수와 기존 선수들이 화합하도록 팀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것,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뜻입니다. 그리고 승리를 위해서라면 심판을 속이며 교묘한 반칙을 구사하기 쉬운데 이것을 하지 않도록 선수들의 윤이 의식을 높이는 것, 이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현주엽이 드래프트 시장에 나온 그해에 많은 팀들이 왜 일차 지명권을 원했겠습니까? 모든 팀들이 우승을 해 보고 싶은 욕심에서 현주엽 선수를 원한 것이지 어떤 대외명분이나 신앙, 도덕 때문이 아닙니다. 그 선수의 농구 실력을 원한 것이지 그의 신앙과 도덕성을 원한 것이 아닙니다. 하승진 선수가 우리나라 선수로는 처음으로 NBA에 지명된 것도 2미터 20센티미터라는 큰 키 때문이지 다른 것 때문이 아닙니다. 만약 SK 감독이 현주엽을 뽑고 나서 몇 년 동안 승승장구했다면 신앙 간증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그 때 받은 안수 기도에 큰 의미를 부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SK가 우승하는 것이 하나님에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하나님은 오히려 우승하지 못한 나머지 팀들의 슬픔에 관심이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성공 중심의 신앙 간증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성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일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하나님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결과를 초월해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하고자 하는 마음의 중심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신앙 간증에는 성공한 자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 성공에 우연으로 개입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간섭과 흔적이 나타나야 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욕심과 질투, 공명심으로 일했는데 하나님은 다양한 사건을 통해 그를 거룩한 성품으로 변화시켰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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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뜻인가, 하나님 뜻인가'(정요석/홍성사) 중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