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아버지 팔베개

malmiama 2002. 2. 23. 18:56

안녕하세요.. 너구리님의 칼럼에 공동운영자의 영예를 얻게 된 잔느입니다.
당분간.. 너구리님의 몸이 쾌차하실 동안에
미약하게나마 도움을 드리려 이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만..
도움은 커녕.. 누가 되지 않을까.. 약간 염려스럽답니다.

그저.. 수다쟁이 옆집 처녀가 떠들어대는 소리려니 하고 읽어주십시오.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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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세분의 이모님이 지방에서 올라오셨습니다.

두 분은 어머니와 팔촌지간의 제겐 조금 먼 촌수의 이모님이시고
한 분은 어머니와 둘도 없는 친동생이시지요.
경상도가 고향이신지라 어머니까지 도합 4명의 경상도 여인이 대화를 나누니
마치 자갈치 시장 한복판에라도 앉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함께 한 자매들끼리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다 주무시라고
저와 제 동생이 함께 자는 방을 내드렸지요.
그리고, 저와 동생은 바로 옆에 사는 언니네 집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습니다.

싹싹하고 붙임성있는 제 언니는 이모들 곁에 조카와 함께 붙어 앉아 왁자지껄 떠드는 동안
숫기없는 저는 아버지 옆에 드러누워 팔을 괴고 TV를 시청했습니다.

그러다 피곤함에 그대로 드러누워 깜빡 잠이 들려 하는데
어느새 아버지가 따로 이불을 가져다가 덮어주고 자신의 베개도 제 머리에 괴어 주시더군요.

자신은 조그만 이불을 가져다가 둘둘 말아 베개 삼아 누우시는 모습을 보며
언니집에 남는 베개가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몸이 귀찮아 그대로 누워있었습니다.

나쁜 딸입니다. ^__^;;;

이모할머니들 앞에서 재롱을 부리느라 조카가 뚝배기 깨지는 듯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노래를 불러대는 통에 잠을 이룰 수 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렇게 아버지 곁에 함께 누워 본 것이 언제였던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렸을 때는 늘상 아버지 옆에서 잠이 들었던 기억과 함께 말이지요..
베개도 필요 없고..
아버지의 단단한 팔을 베고 꼬옥 달라붙어서 잠이 들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밤마다 아빠의 양팔엔 두 딸래미가 들러붙어 있었으니 제 어머니...
조금은 화가 나시진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해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빠의 넓은 가슴이 아니라 동글동글한 베개가 제 품에 안겨 있곤 했습니다.
그럴때면 괜히 서러운 눈물이 나기도 하고..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더군요.

그런 생각과 함께 아버지가 누워 계신 쪽을 돌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아빠의 팔이 단단하지도.. 가슴팍이 그다지 넓지도 않음에..
더 이상 제가 아빠의 팔을 베고 자던 어린아이가 아니란 사실에 먹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린 제게 아버진 많은 좋은 추억을 남겨 주셨지요.. 물론,
그렇지 못한 시간들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많은 이들이 성인이 되면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서 느꼈던 든든함이랄지..
혹은 다소 두렵거나 위엄있게 느꼈던 아버지의 자리가 어느 세월에
나의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연약한 존재로 변해 있음에 슬퍼합니다.

저 역시 간혹 그런 생각을 해보지요.

그때마다... 하나님께서 말씀 곳곳에 왜 우리에게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로서
계시해 주셨는지를 묵상해 봅니다.

나의 하나님은..
우뚝 버티고 서서 숲을 감싸는 위용 있는 산처럼, 언제까지고 변함없이 영원히
우리를 지켜주실 단 한 분의 영원한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려주시기 위함이겠지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돌발 퀴즈! 어느 아버지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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