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크리스천

따뜻한 겨울

malmiama 2004. 12. 4. 23:11

엊그제 김장을 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임신으로, 출산으로 몇년간 김치를 얻어 먹던가 사먹던가 했기 때문에

이번에 김장을 하고는 그렇게 배부르고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분가해서 첫 해부터 김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주도 출신인 주인댁 아주머니께로부터

그 집에 세를 살던 4명의 새댁들이 살림수업을 충실히 했습니다.^^

 

어느 집에서 김장을 한다고 하면 다 같이 다듬고 절이고

씻고 버무리고 속 넣고... 내 일처럼 같이 했었습니다.

특히 힘이 좋았던 내가 주로 속을 버무리는 역할을 했었구요.

 

지금 생각해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되는... 행복한 시절이었습니다.^^

 

올 김장은 갑자기 결정한 탓에 도와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절여져 있는 서른 포기의 배추를 보니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았기에

혼자 해야겠다고 맘은 먹었지만...

하나님께 천사 한사람만 보내달라고 기도를 드렸지요.^^

 

다음 날 아침 배추를 씻어놓고 다른 준비를 다 해놓았는데

천사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헌팅을 하러 나갔습니다.

 

마침 떠오른 앞집 아주머니에게 부탁을 했더니

심심하던 차라며 흔쾌히 도와 주셨고, 윗집 애기엄마도 내려와서

셋이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11시에 시작해서 2시간 반 만에 김장은 끝이나고 동네잔치가 시작 되었습니다.

같이 하지 못했던 이웃들도 초대 했지요.

보쌈과 굴 넣은 속들을 먹으며 따뜻한 점심을 나누었습니다.

 

도와주러 오신 천사는 내가 밥을 준비하는 동안 그릇 청소며 마당청소,

동네 거리 청소까지 깨끗하게 해주어서 다른 할 일이 없었고

너무너무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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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을 하며 느낀 바가 있었습니다.

 

인간 천사들이 나를 많이 배려해 준 것 까지는 좋았는데,

속을 버무리거나 무거운 것을 들 때에는 서로 미루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하려고 하면 '주인은 심부름만 해야 한다'고 하며 못하게 하면서...  

 

그들이 서로 일을 미루는 걸 보면서 옛날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로 내 일 같이 몸을 아끼지 않으며 품앗이를 하던 그 때가 그리웠습니다.

 

서로 미루는 천사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고맙고 즐거웠습니다.

 

유민이가 이 다음 시집 가서 김장을 할 때도 이런 좋은 이웃을 만나

즐거운 마음으로 서로 도와 가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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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하게 된 김장... 예전과 마찬가지로 이웃의 도움을 받아 치뤘습니다.

넉넉하게 김장을 마쳤기에 날씨와 더불어 마음까지 '따뜻한 겨울'입니다.

 

이상,

친정엄마에게 드릴 김치 1통과

늘 신세를 지던 너구리 동창 언니에게 전할 김치 1통을

냉장고에 따로 넣어두고 행복한 달팽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