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miama 2004. 11. 2. 13:08
어제 저녁 식사를 하면서 PC 앞에 앉아 있는 큰 아이를 보니까
머리카락을 노랗게 물들였더군요. 며칠 전 물들이겠다는 얘길 듣긴 했지만,
어제 저녁에서야 제 눈에 들어 온 게지요.

중 3 여름방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누누히 강조하던 아내 왈,
"정민이... 다시 학원 다닌데요. 머리 풀리면..."

처음에는 <머리 풀리면...>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염색 뿐만 아니라 퍼머도 했기에 머리를 감으면...이란 뜻이더군요.)

머리 풀리면...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면서 그 앞부문 얘기인 학원...이 걸렸습니다.
학원에 다시 간다는 게 자발이 아니라 아내의 권고 내지는 녀석의 효도(?) 차원일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중 3 여름방학이 중요한 이유가 오로지 <공부>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아 언짢았습니다만
특별한 내색을 자제하면서 밥을 먹었습니다. (부글 부글...)

식사 후 아내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는 부모로서 우리아이들에게 중요한 것 두 가지를 심어주고 싶다우. 첫째는 중심에
하나님이 함께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성격..."

곧바로 아내가 "저도 그래요!" (오잉? 할 말... 이어지지 못하겠네...)
그러니까 너구리 말이 맞다... 와 공부가 중요한 건 별개란 얘기였습니다.

그렇지요! 첫째와 둘째 방침에다 공부도 잘 하면 가장 좋겠지요.

화살을 큰 아이에게 돌렸습니다.
"얌마! 너 머리 물들인 건 좋은데... 나중에 다시 까맣게 물들이지 마! 돈 아깝다!"

"미장원에 가면 너무 비싸기에 염색약 사와서 엄마보고 해달하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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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식물에겐 흙과 물 그리고 햇볕이 필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식물 중에도 음지식물이 있습니다. 음지 식물에겐 햇볕이 해가 되지요.
버섯류 말고도 측백나무, 전나무가 그렇고 대부분의 허브가 음지 또는 반음지 식물이랍니다.

햇볕 없이도 잘 자라는 식물이 가치가 없겠습니까?
아이들 공부.. 성적... 다 좋습니다마는 음지식물과 같은 아이들도 있겠지요.

부모의 체면, 대리만족 때문에 이 땅의 많은 음지성 아이들이
햇볕에 시달린다는 안타까움은 비단 저 뿐만이 아니길......

우리집 아이들... 양지인지 음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어찌 되었건,
제 방침 두 가지 만큼은 옳다는 생각입니다.

그 두가지 방침은 양지든 음지든 필수인 <흙과 물>이라는 확신입니다.